은퇴자와 대학생 모두 '윈윈'…"캠퍼스에 모여 살아요" 파격 실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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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 대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
美의 은퇴 커뮤니티 파격 실험
애리조나주립대 캠퍼스 한복판
시니어 모여사는 '은퇴자 마을'
아침마다 스포츠 즐기고
20대와 같이 인문학 강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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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와 같이 인문학 강의 들어

최근 미국 템피 애리조나주립대(ASU) 캠퍼스에서 만난 캐롤 맥패든 씨(70)는 “70세 나이에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들으니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맥패든 씨는 ASU 캠퍼스 한복판에 위치한 대학기반은퇴자공동체(UBRC) ‘미라벨라 앳 ASU’에 살고 있다. 미라벨라에 거주하는 인원은 약 300명. 대부분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의사, 교수 등 각계 지도층 인사 출신이다.
대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

ASU는 미라벨라에 입주하는 은퇴자에게 대학 출입증을 지급한다. 일종의 학생증이다. 출입증만 있으면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등 일반 대학생이 이용하는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교수가 거절하지 않는 한 모든 수업에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ASU 캠퍼스 곳곳에선 학생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미라벨라 내부에서는 은퇴자와 대학생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미라벨라에선 합창, 음악 테라피, 오케스트라, 댄스 등 ASU 학생과 입주 은퇴자가 함께 어울리는 행사와 수업이 거의 매일 열린다. 미라벨라에서 만난 음대생 그레이디 뉴섬 씨(19)는 “매주 월요일 미라벨라에서 합창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처음엔 은퇴자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는 게 어색했지만, 지금은 기다려지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은퇴 노인 모두 '윈윈'

강의실에 도착한 이들은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처럼 옆자리 학생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이름을 물어봤다. 첫 수업 시간 교수가 부른 출석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웃으며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말했다. 은퇴 전 화학과 교수였다는 켈리 오키프 씨(76)는 “학교에서 그동안 아내와 함께 미국 정치, 지리, 자연사 관련 수업을 들어왔다”며 “지난 학기엔 의예과 학생 20~25명을 대상으로 직접 소규모 그룹 강의도 했다”고 말했다.
ASU는 미라벨라를 통해 대학생과 은퇴자가 ‘윈윈’하는 관계를 지향한다. 은퇴자가 옛 커리어를 살려 멘토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미라벨라는 독립 주거, 생활 보조, 인지능력 관리 총 세 개의 주거 타입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은퇴자는 독립 주거 형태로 거주한다. 집 구조는 침실 1개부터 3개까지 천차만별이다. 혼자 입주하는 사람과 부부 단위로 들어오는 사람에 맞춰 방 형태를 다양화했다. 형태에 따라 월 관리비도 4500달러(약 630만원)부터 1만달러(약 1400만원)로 다양하다. ASU 동문 및 교수진, 동문 부모가 우선권을 가진다.
은퇴 커뮤니티, 평생교육의 장 됐다

미국 대학은 UBRC를 단순히 동문에게 주는 혜택을 넘어 평생교육, 세대 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은퇴 전 대학 교수·기업 최고경영자(CEO)·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던 은퇴자들의 참여에 대학 교수진의 반응도 좋다. ASU 관계자는 “미라벨라가 없다면 따로 어렵게 초빙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특강에 나서준다는 건 엄청난 기회”라며 “일반 강의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을 얻어가는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템피=송영찬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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