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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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재개를 노리고 상장사를 인수했다가 졸지에 상장폐지 기업을 떠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한계기업 퇴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최대주주 변경만으로 상폐 사유를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지난달 뷰티 기업 네이처리퍼블릭의 계열사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울의 최대주주로 변경됐지만 상폐 사유를 해소하진 못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 도 자회사 제이스이노베이션파트너스를 통해 와 를 인수했지만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제이스이노베이션파트너스는 알펜루트자산운용과 조합을 조성해 200억원을 들여 조광ILI과 대유를 인수했다. 조광ILI는 안전밸브 생산 업체로, 대유 지분 22.05%를 소유하고 있다. 조광ILI와 대유는 전 경영진의 배임 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다.

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큐셀 역시 지난 14일 정리매매를 거쳐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대주주가 바뀌며 거래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빗나갔다.

일각에선 이번 상장폐지 결정에 따라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른 대주주만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김우동 전 조광ILI 대표는 회사를 팔아 138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떠안은 건 인수자 측과 소액주주들이다.

거래소 규정상 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배임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 거래소는 최대주주의 횡령이나 배임 등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상장사에 거래재개 조건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요구한다. 지난 2020년 당시 경영진의 횡령·배임에 상장폐지의 벼랑 끝에 몰렸던 이 대주주 변경을 통해 가까스로 거래 재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거래소가 최근 한계기업을 증시서 퇴출시키겠다는 기조를 강화하면서 거래재개 요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로 한계·부실기업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재무구조 등 다른 요소도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