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보듬고 세족식에 女·무슬림 초청…관습 깬 '포용의 성직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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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다음날…"전쟁 끝내라" 남기고 떠난 교황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하고
미국 불법이민 추방정책 비판도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하고
미국 불법이민 추방정책 비판도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빈곤층과 동성애자, 무슬림 등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전쟁 종식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위대한 인물이자 위대한 목자를 잃었다”고 추모하는 등 세계 각국 정상은 일제히 깊은 슬픔을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갈등을 빚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 동성애자 등 소수자 보듬어


취임 후 행보 역시 최초의 연속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로마 인근 소년원에서 소년원생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진행했다. 그들 중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무슬림이 포함돼 있었다. 가톨릭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던 세족식 관습을 깬 것이었다.
같은 해 방송 기자회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 시각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신을 찾는다면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톨릭 내 보수세력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와 배치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사제가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을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낙태, 재혼자의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등에서도 진보적 입장을 밝혔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이날 교황 선종 후 발표한 성명에서 “프란치스코는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 마지막 순간까지 목소리 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까지도 약자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 중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 방문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는 “전쟁은 언제나 패배하며 아무도 이기지 못하고 모두가 패배한다”고 했다.
전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깜짝 등장한 그는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을 통해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남은 인질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고, 전 세계에서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2월 초부터 기관지염을 앓다가 같은 달 14일 병원에 입원했다. 폐렴 진단을 받고 38일간 입원한 그는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최근 다시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서전 <나의 인생>을 통해 생전 이렇게 말했다. “사는 법을 배우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장벽을 허물고, 갈등을 극복하며, 무관심과 증오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이태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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