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채용비리 입사자 내쫓았다가…'부당해고' 라니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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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판결로 복직될 수도
"사내 채용비리 규정 정비해야"
당사자 청탁 사실 몰라도 '해고'
청탁과 입사 간 '인과관계' 관건
"사내 채용비리 규정 정비해야"
당사자 청탁 사실 몰라도 '해고'
청탁과 입사 간 '인과관계' 관건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국회에 나와 최근 직무 배제 조치된 선관위 채용 특혜 입사자들을 겨냥해 이 같이 말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채용비리 입사자 10명을 정상 근무하게 방치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이들을 수사의뢰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채용비리 입사자, 무작정 해고하다간 '역풍'
채용비리는 중대 부정행위다. 부산시교육청 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채용비리 입사자에 밀려 최종 탈락한 응시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을 정도다.하지만 부정행위의 경중을 떠나 채용비리 입사자를 내보내는 데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채용비리 사실이 파악됐다는 이유만으로 내쫓았다간 '부당해고'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 지방은행에선 채용비리 입사자가 회사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자신이 채용비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은행 측은 이를 받아들인 법원 판결에 따라 채용비리 입사자를 복직시켜야 했다.
'아빠 찬스' 몰랐어도 "해고 정당" 판결하기도
물론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례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대법원은 2020년 8월 채용비리 입사자를 직권면직 처리한 강원랜드 조치가 정당하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이 판결은 채용비리 입사자가 채용 청탁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부정행위에 의한 입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심에선 "(지원자 자신이) 부정행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도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는 경우엔 그 역시 부정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선발 절차가 정상 진행됐다면 합격할 수 없었지만 자기소개서 점수 상향 조정 등으로 합격한 것은 내부 청탁 대상자로 관리됐기 때문"이라며 "비록 (당사자가) 추천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해도, 청탁으로 인해 이뤄진 부정행위 이익을 받아 불공정하게 선발된 이상 부정사실이 발견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해고' 대신 규정 따라 조치 취해야
채용비리 입사자 처리 과정에서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사내 규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채용비리를 직권면직이나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회사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이주락 법률사무소 해방 변호사는 "채용비리 입사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미리 취업규칙이나 기타 내규에 채용비리 징계를 명시할 필요가 있고 채용비리가 발생했을 때 무리한 해고는 지양해야 한다"며 "그 비리 수준에 비례하는 징계만 이뤄지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규정 자체가 '결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 "그 밖에 명백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고할 수 있다는 일반적 조항을 둔 기업들이 많아서다.
실제로 한 대형 시중은행은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이 따로 없어 '그 밖의 사유'를 근거로 채용비리 입사자를 해고했다.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는 아버지의 청탁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원자와 부정행위 간 '인과관계'로 판결 엇갈려
채용비리 입사자의 해고 정당성을 다툴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인과관계'가 꼽힌다.실제로 한 아버지가 자녀가 입사 지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회사 담당자에게 "잘 챙겨달라"고 말한 사건에선 채용비리 입사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의 경우 실제로 점수 조작 등의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청탁과 별개로 합격할 만한 지원자였다는 해석이다.
반면 채용비리가 인정된 법원 판결들은 공통적으로 인사 담당자들이 별도로 청탁 대상자 명단을 정리했거나 전형별 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들이 눈에 띈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채용 결과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고 점수 조작 등도 없어 결론적으로 바뀐 게 없을 때는 부정행위로 채용된 것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해고 사유가 아니라고 보는 판례가 꽤 많다"면서 "요건상 '부정행위로 채용된 자'는 '부정청탁을 한 자'로 명확히 징계 사유를 규정하면 정당한 징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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