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융당국에 말해주고 싶다. 도대체 누가 작금의 흥선대원군인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늦출수록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고, 더 비싼 값을 치르며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5일 블루밍비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부의 규제 일변도적 가상자산(암호화폐) 정책으로 인해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은 외세 침략과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해 강력한 쇄국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면서 조선의 근대화 기회를 놓쳐버렸다. 지금 한국 금융 시장도 이와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고 거래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 해석 문제로 인해 이러한 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 없다"라며 "이는 단순히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 금융 시장이 글로벌 흐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0일, 2년 만에 공직자 보유 가상자산 허위 신고 의혹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돌아온 가상자산 전문가 김남국 전 의원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격변하고 있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흐름과 국내 규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이대로 가면 인재·자본 모두 한국 떠난다

김 전 의원은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강조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글로벌 규제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국이 이러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 미국, 싱가포르 등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인재와 자본을 모두 빼앗길 것이라고 봤다.

김 전 의원은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지나칠 경우 산업 발전과 기업 혁신성을 제한할 수 있다"라며 "지금 우리나라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는 가상자산을 투기성 불법 자산으로만 인식해 지나치게 시장 부작용 해결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블록체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져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며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이대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실력 있는 인재들과 자본, 기업들까지 국내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 친화적 규제 경쟁력 갖춰야

미국을 비롯한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국가들은 자국 코인의 발행과 상장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국내 규제 당국은 오히려 '김치코인(한국인 또는 한국기업이 연관된 가상자산)'에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산업 친화적 규제를 갖춰야 국가적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국내 프로젝트가 공정한 기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상장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자국 코인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것이 가능하지 않고서는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과 발전, 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인해 중국 등에 위협받으며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라며 "이러한 상황에 블록체인 산업은 신성장 동력으로서 큰 가치와 의미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전 의원은 가상자산 산업의 유통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 거래소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가 혁신적 서비스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거래소들은 규제 친화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상대적으로 유연한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장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쓸어 담는 중이다"라며 "하지만 국내 거래소들은 한정된 가입자와 시장을 놓고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거래소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의 고립과 산업 쇠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 금융도 블록체인 혁신…STO·RWA 기반 구축 필요

김 전 의원은 전통 금융 측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적극 수용해 산업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적으로 토큰증권(STO)과 실물자산토큰화(RWA)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가상자산 시장과 국내 금융 시장 발전에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STO는 증권 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RWA는 부동산, 채권, 미술품 등 다양한 자산의 디지털화로 유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성급한 도입보다는 법적·제도적 공백을 충분히 검토하며 균형 있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면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규제권을 참고해 국내 금융 시장에 적합한 방식으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韓 비트코인 전략 비축은 아직 시기상조

앞서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과 더불어 카르다노(ADA), 엑스알피(XRP), 솔라나(SOL) 등 가상자산을 미국의 전략 비축자산으로 채택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전 의원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자산 전략 비축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그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를 전략 자산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달러와 같이 외환 보유고의 일부로 포함한다는 의미인데, 가상자산은 아직 가격 변동성이 크고 국제적으로도 법적, 제도적 지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라며 "만약 미국이 비트코인을 공식적인 국가 전략 자산으로 편입한다면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섣불리 따라가기보다는 제도적 활용 가능성을 먼저 연구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접근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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