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맞벌이 부부의 '잔인한 3월'
맞벌이 부부에게 3월은 ‘잔인한 달’로 통한다. 자녀들이 새 학년을 맞아 육아 부담이 부쩍 늘기 때문이다. 우선 몸이 바빠진다. 학교와 학원에서 수시로 부모를 호출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다. 선생님과의 면담 일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부부가 교대로 연차를 써도 일정을 쫓아가기 힘들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자녀들이 부쩍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할 때 항상 없다”는 아이들의 푸념은 부모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된다.

결국 학부모, 특히 엄마가 물러선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0~9세 자녀를 둔 직장 여성의 10%에 해당하는 4만5000명 안팎이 매년 퇴사(직장의료보험 해지)를 결정한다. 같은 조건의 남성 직장인 퇴사율의 두 배 수준이다. 직장 여성 퇴사가 집중되는 시기는 3월 신학기를 전후한 시점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0.75명에 불과한 나라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출산을 포기하는 가정이 많아진 것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찾아가 자녀를 돌봐주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돌보미 공급이 턱없이 달린다는 데 있다. 이 서비스 대기 기간은 2020년 8.3일, 2021년 19.0일, 2022년 27.8일, 2023년 33.0일로 매년 늘고 있다. 인구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이 기관은 올해 필요한 예산 중 2%밖에 확보하지 못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은행 등에 내보내던 출산 장려 광고까지 중단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정부와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를 당장 손대야 할 시급한 과제로 여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목마른 물고기를 살리려면 한 됫박의 물이라도 지금 줘야 한다. 내일이면 물고기를 어물전에서 찾아야 한다. 저출생 정책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송형석 논설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