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지 않는 1인당 소득…11년째 '3만달러 벽' 갇힌 한국 [임현우의 경제V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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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대만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대만 1인당 GNI는 3만5188달러고, 일본의 경우 공개된 전체 GNI에 한은이 환율과 인구수를 넣어 계산해보니 3만4500달러를 조금 상회한 것 같다"며 "전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1인당 GNI가 일본, 대만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국민의 평균 생활수준 보여주는 지표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국내총생산(GDP)이 있지만 개인의 삶의 질까지 다 설명하진 못하는 한계가 있다. GNI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NI는 그 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득·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로 널리 쓰인다. GDP 세계 1위는 항상 미국이지만, 1인당 GNI 순위에서는 유럽과 중동 등의 강소국이 미국을 앞서기도 한다.GNI는 국민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총소득을 뜻한다. GDP에서 자국민이 해외에서 받은 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은 빼면 GNI를 구할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6·25전쟁이 끝난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다. 경제가 고속 성장에 시동을 걸면서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 달러, 2006년에는 2만 달러, 2014년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보통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하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강 부장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만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1인당 GNI 규모가 큰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라며 "아직 이탈리아의 1인당 GNI 발표 자료가 없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를 보면 3만8500달러 부근"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 단계 더 높은 4만 달러대로 넘어가야 하는데, 11년째 '3만 달러의 벽'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3만798달러) 처음 3만달러를 뚫었고 2021년 3만7898달러를 찍었다. 하지만 2022년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에 3만500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3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1997년 3만 달러대에 진입했고 7년 뒤인 2004년 4만 달러를 넘었다. 지금은 8만 달러 수준이 됐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을 꾸준히 배출해 낸 덕분이다. 영국은 2002년 3만 달러를 달성하고 2년 만에 4만 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런던 하면 떠오르는 금융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영향이다. 한국 경제가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헤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 측은 4만 달러 진입 시점과 관련해 "지난해 IMF가 2027년 4만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진 사실 등을 고려하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달러로 국가 간 비교… 환율 영향 많이 받아
1인당 GNI 통계에는 착시 현상을 부를 수 있는 요인도 숨어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GNI는 기본적으로 GDP를 따라 움직이지만 환율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가별로 비교하기 위해 미국 달러화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서민의 체감 경기와 괴리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GNI에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소득까지 모두 포함돼서다.원화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1인당 GNI는 4995만5000원으로, 2023년(4724만8000원)보다 5.7% 많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탓에 달러로 환산했을 때 국민소득 증가율이 원화 기준보다 한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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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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