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캘리포니아꼴 날까 걱정스런 한국
최근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가장 ‘핫’한 곳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다. 지난 몇 년 새 두 주의 처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에는 기업과 사람이 몰리는 반면 캘리포니아에선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즘 미국 텍사스주는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다. 굴지의 기업이 잇따라 텍사스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다. 2021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한 테슬라를 필두로 300여 개 기업이 지난 10년간 텍사스로 본사를 옮겼다. 미국 상장 기업 10개 중 1개가 텍사스에 자리 잡고 있다. 애플, 메타 등도 투자를 늘려 텍사스는 빅테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기업들이 옮겨오며 인구도 몰려들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작년에만 텍사스주 인구가 13만3000명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초상집 같다. 지난 5년간 집중적으로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2019년 휴렛팩커드(HP)를 시작으로 팰런티어, 오라클, 찰스슈와브, 셰브런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2018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캘리포니아 본사를 다른 주로 옮긴 기업이 26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도 작년을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 2년 동안 텍사스로 이주한 주민의 20%가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와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는 각각 진보적 정책과 보수적 정책의 영향을 보여주는 축소판으로 불린다. 세금과 정부의 규제가 두 주의 상황을 뒤바꿔놨다는 평가다. 텍사스는 연방 법인세율과 별도로 부과하는 주 법인세율이 0%로 50개 주 중 가장 낮다. 소득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법인세율은 8.84%, 소득세율은 최고 14.4%에 이른다. 텍사스는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내세우며 수년간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사사건건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넘어 PC(정치적 올바름)주의까지 강요하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국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민주당의 캘리포니아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과 소수의 부자를 때려잡아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사겠다는 전략을 펴왔다. 이에 따라 부자와 기업들이 떠나고 재정이 열악해지자 다시 세금을 올리고 각종 벌금 등을 신설해 이젠 중산층마저 등지고 있다. 이 자리를 중남미계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가 메우자 범죄율이 급등했다. 기업과 부유층에 기피의 땅이 되면서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입법권을 장악한 한국의 더불어민주당도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6일 상속세법과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지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요청은 거부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조항도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히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은 강행 처리할 태세다.

사실상 국경이 사라진 지금은 기업과 개인에게 국적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세금은 비싸고 정부의 간섭은 심하며 비즈니스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면 기업과 부자들은 언제든 한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 ‘정신승리’를 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이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기우로만 그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