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RMHC 재단 회장은 지난 10일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들이 투병 기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내에 RMHC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제프리 존스 RMHC 재단 회장은 지난 10일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들이 투병 기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내에 RMHC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51번째로 설립된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RMHC)가 있다. 장기 투병 중인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환자와 부모가 함께 숙식할 수 있는 종합병원 옆 보금자리다. 최대 열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객실에 도서관, 놀이방까지 갖췄다.

이 사업을 국내에서 총괄하는 수장은 ‘푸른 눈의 한국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프리 존스 한국 RMHC 재단 회장이다. 그는 지난 10일 “2019년 양산에 처음 이 공간을 지은 뒤 국내 2호점을 세우려고 했지만 부지를 찾지 못했다”며 “2027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2호점(가칭 연희 하우스)을 완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재단 측은 국토교통부, 서울시, 연세대 측과 협의를 지속해 왔고 연내 건축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3호점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RMHC는 1974년 미국 필라델피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62개국에 400여 곳이 있다. 아시아에는 일본 12곳, 중국 2곳, 홍콩 2곳, 인도네시아 3곳 등이 있다. 간병하는 부모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을 본 자녀가 부담을 덜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존스 회장은 “미국에서는 너무 유명한 사회 사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건축 허가를 받지만 한국에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토지·건축 허가 관련 규제가 많고 인허가 절차가 복잡해 수도권 대학병원 옆 부지를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 RHMC가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에 2·3호점이 생겨 이용자가 늘면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 내 규제당국도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양산 하우스가 5년 넘게 운영되면서 사연이 쌓여갔다. 희소 암에 걸린 세 살 아기를 한국 병원에 입원시킨 외국인 가족의 유일한 쉼터가 됐다. 미국 RMHC에서 2년간 생활하며 아이를 간병했다는 한 동포는 모국에 2호점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를 약속하기도 했다.

존스 회장은 ‘직함 부자’다. RMHC 재단 회장뿐 아니라 1998년부터 4년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맡았고 지금도 자문회의 이사를 지내고 있다. 김앤장 변호사로 일하며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을 돕는 역할도 한다. 1971년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고 1980년 완전히 정착해 한국에 머문 지 올해로 45년이 됐다. 한국인 부인과 사이에서 8명의 자녀를 뒀다.

25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힘겨워하던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나는 한국이 두렵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책 개정판을 다시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그때는 격려했지만 이번에는 금융·노동 등에서 기업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지적하며 쓴소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도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해고를 극도로 어렵게 하는 노동 규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버니 통제해야 한다는 규제당국의 시각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박종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