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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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진 결과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세계 성장률 3.3→3.1% 하향

OECD는 17일 발간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직전인 지난해 12월 전망치(2.1%)보다 0.6%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OECD 중간 경제전망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된다. OECD의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1.5%)과 같지만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보다는 낮다.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성장률을 상당폭 깎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폭(0.6%포인트)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멕시코(2.5%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에 이어 가장 컸다. 멕시코·캐나다는 미국 관세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만큼 성장률 하향폭이 두드러졌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 수입 상품에 대해 관세율을 2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OECD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관세부과로 각국 무역장벽이 높아진 데다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OECD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올해 세계 성장률을 종전 3.3%에서 3.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G20 성장률도 3.3%에서 3.1%로 낮췄다. 주요국 성장률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2.4%에서 2.2%, 유로존은 1.3%에서 1.0%, 일본은 1.5%에서 1.1%로 각각 낮아졌다. OECD는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각국의 가계·기업이 움츠러들면서 각국 투자·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한국의 성장률은 2.1%에서 2.2%로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성장률은 3.3%에서 3.0%로 하향 조정된 것과는 대조적 움직임이다. 올해 성장률 하향 폭이 큰 만큼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저성장 경고한 OECD

OECD는 각국의 성장률을 깎은 반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되레 높여 잡았다. 관세전쟁 여파로 각국이 줄줄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품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했다. 고물가·저성장에 따른 슬로플레이션(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 속도가 더뎌진 상황) 우려가 커진 것이다.

OECD는 올해 G20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5%에서 3.8%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은 2.1%에서 2.2%로 높였다. 미국은 2.1%에서 2.8%로 0.7%포인트나 높여 잡았다. 관세 인상을 주도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향 폭은 G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8%에서 1.9%로 상향 조정됐다.

OECD는 "관세전쟁이 격화될 경우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을 키울 것"이라며 "커지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더뎌지는 점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OECD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각 부문에 빠르게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치솟는 근원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통화정책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각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