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받은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2022년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받은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안양 평촌신도시 1호 리모델링 사업장이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18년이나 추진한 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해당 아파트 단지 집값은 반토막이 났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이달 임시총회를 개최해 신규 조합장을 선임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재건축을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신청한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리모델링 9부 능선 넘었지만…조합장 작고 후 사업 차질

목련2단지는 2007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한 평촌 1호 리모델링 사업장이다. 2008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고 2022년 처음으로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받았다.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994가구에서 1023가구로 증축할 예정으로, 전용 58㎡ 기준 추정 분담금은 4억7900만원이었다.

지난해 4월 권리변동계획 확정 총회를 마무리하면서 사업장은 리모델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내 이주를 시작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단지는 아직도 이주하지 못했다. 십수년 동안 리모델링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조합장이 지난해 9월 작고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조합 이사가 조합장 직무대행을 수행했지만, 선장이 사라진 배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사업이 늦춰지는 사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으로 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평촌에서 선도지구로 지정돼 재건축이 예정된 단지들에서 신고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평촌 재건축 추진 아파트 잇단 신고가…목련2단지는 '반토막'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촌 선도지구로 선정된 호계동 '샘임광' 전용면적 91㎡는 지난 2월 9억3000만원(12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샘우방' 전용 133㎡도 지난해 11월 11억1300만원(15층)에 신고가를 썼다.
목련2단지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조합원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예정됐던 이주도 무산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목련2단지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조합원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예정됐던 이주도 무산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평촌동 '꿈건영' 전용 102㎡ 역시 지난해 11월 12억원(12층)에, '꿈건영3단지'는 지난해 11월 133㎡가 13억4800만원(1층)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꿈라이프' 전용 84㎡도 10억5000만원(2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가격이 올랐지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목련2단지 가격은 반토막으로 주저앉았다. 목련2단지 전용 34㎡는 지난달 3억3200만원(3층)에 팔렸다. 같은 면적 최고가인 5억9500만원(12층)보다 2억6300만원 낮은 액수다. 이 단지 전용 58㎡도 지난달 6억6500만원(4층)에 팔렸는데, 최고가 9억3700만원(8층)에 비해 2억7200만원 떨어졌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갈등의 골 깊어진 주민들…사업 비용도 증가

이 같은 집값 동향에 따라 목련2단지 리모델링을 지지하는 주민과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 사이 갈등이 깊어졌다는 게 현지 개업중개사의 전언이다.

호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입지만 놓고 보면 지하철 4호선 범계역과 백화점이 도보 2분 거리인 목련2단지가 재건축 선도지구보다 우위"라면서 "그런데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니 분통을 터뜨리는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방향이 확실하면 (분담금을 감안해) 시세가 정해질 텐데, 그러질 못하는 탓에 제값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서 권리변동계획 확정 총회가 열렸던 지난해 4월 50건 수준이던 이 아파트 매물은 이달 들어 70건 수준으로 늘어났다. 리모델링 강행과 재건축 선회 사이에서 사업이 멈췄던 동안 불안감을 느껴 집을 처분하는 집주인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리모델링을 강행하더라도 사업이 지연된 만큼 분담금은 기존 추정치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사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리모델링 이후 분담금이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건축으로 선회하기도 만만치 않다. 시공사 등에서 빌린 140억원 규모 사업비를 지연 이자까지 더해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들이 파산 신청을 통해 대여금을 상환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일부 있지만, 상환하려는 노력 없이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할 경우 대여금을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들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하나의 결론을 내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