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독한 삼성" 주문하더니…주총서 '반전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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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정기 주총 개최
이사회 내 '반도체맨' 보강
기술경쟁력 회복 진용 갖춰
이사회 내 '반도체맨' 보강
기술경쟁력 회복 진용 갖춰

삼성전자는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에 전면 배치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지연되는 데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사업 반전이 요구되는 상황이란 판단이다.
주총에선 반도체 전문가 3명을 신규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이에 따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확정됐다. DS부문 몫 사내이사가 한 명 추가 보강된 셈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으로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직도 함께 맡게 됐다.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송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 개발을 주도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전문가란 평가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는 신규 사외이사로 확정됐다. 이 교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반도체 전문가들을 보강한 것은 경쟁사들과의 각축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사업만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에 그쳤다. 이 기간 23조4673억원을 벌어들인 SK하이닉스보다 한참 뒤처진 셈.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공급이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TSMC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8.1%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보다 1%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TSMC는 같은 기간 2.4%포인트 증가한 67.1%로 조사됐다. 점유율 격차도 55.6%포인트에서 59%포인트로 확대됐다.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이 기간 매출을 끌어올린 반면 삼성전자만 32억6000만달러로 1.4% 감소했다. 268억5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직전 분기보다 14.1% 실적을 개선한 TSMC와는 대조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신규 첨단 노드 고객사들의 매출이 기존 주요 고객사의 주문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지 못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자리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한 삼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
이 회장은 교육 당시 공개된 메시지를 통해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선 사내이사인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 연임과 임기 만료를 앞둔 김준성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최고투자책임자(CIO)·허은녕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원장·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사외이사 재선임도 확정됐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유 전 본부장을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원안 가결됐다.
이번 주총엔 '500만 주주'의 시선이 쏠렸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16만210명. 467만2039명으로 집계됐던 전년보다 48만8171명 증가했다. 주총에선 사내·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함께 처리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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