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부정보 터는 미꾸라지들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지난 20일 아침부터 5%가량 밀리자 시장에선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굳이 찾아낸 이유는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정규장 마감 직후 종목 토론방에선 비로소 원인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내 자본시장 역대 최대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공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증은 지분 가치 희석을 동반하기 때문에 주가엔 악재로 여겨지는 게 보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률은 대략 13%. 더구나 예정 발행가는 당일 종가 대비 16% 이상 낮은 주당 60만5000원이었다. 공시 이튿날 주가가 10% 넘게 추가 급락한 배경이다. 적어도 공시가 나기 직전 누군가는 꽤 큰 손실 위험을 회피한 셈이다.

악재 피하고 호재 이용하고

사실 투자자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호재성 정보다. 사전 정보만 알면 얼마든지 큰돈을 벌 수 있어서다. 공개매수 정보가 대표적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E&F프라이빗에쿼티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에 대한 공개매수 계획을 내놓은 건 작년 11월 8일이었다. 희한한 건 공시가 나기 이틀 전부터 주가가 뛰고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평소 5만 주도 거래되지 않던 이 주식에 호가 주문이 몰리며 공시 전 이틀간 하루 약 30만 주씩 거래됐다. 공시 전날 대비 16% 높은 주가로 모든 물량을 사들인 뒤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급등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신세계건설의 공개매수 상황도 돌이켜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관련 공시가 나온 건 작년 9월 30일.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상장 폐지를 위해 잔여 유통물량을 20%가량 높은 가격에 매수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신세계건설 주가 역시 공시가 나오기 전 이틀 동안 꽤 큰 폭으로 반등했다. 거래량이 평소보다 월등히 많았던 건 물론이다.

불공정 없애야 밸류업 가능

공개매수 전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종목을 사고파는 세력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작년 공개매수 정보를 악용한 혐의가 확인돼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통보된 사례는 12건에 불과했다. 시세 조종은 16건, 부정 거래는 18건에 그쳤다. 각각 전년의 23건, 31건보다 줄었다. 이마저 검찰이 몇 건이나 기소했는지, 실제 처벌은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악용되기 쉬운 공개매수 공시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5건뿐이던 공개매수는 2023년 19건, 작년 26건으로 크게 늘었다.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처벌 수위도 문제다. 엄격한 입증 책임 등을 요구하는 탓에 기소율이 낮을뿐더러 확정판결까지 2~3년 걸리기 일쑤다. 지난 1월 불공정거래 부당이득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지만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일반 사기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다 보니 형량이 낮은 편이란 게 법조계 인식이다.

정부는 국내 증시를 활성화한다는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주주환원 확대와 함께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을 찾아내겠다는 복안이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국내 증시는 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