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확대 지정, '레셉스 개미 진단'의 반복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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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파나마 운하 건설 당시 말라리아 때문에 인부들이 많이 죽었는데, 레셉스가 이를 개미 때문이라 판단해 개미가 오르지 못하도록 침대 다리를 물그릇에 담그는 등의 조처를 했습니다. 하지만 말라리아의 원인은 모기였고, 침대 다리가 담긴 물그릇은 모기 번식만 도왔습니다.
레셉스의 오판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 공사 중 2만2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문제 원인을 잘 진단했다면 말라리아로부터 인부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잘못된 진단으로 폐해를 키우는 역사는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 또한 이를 악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오 시장은 "저는 여전히 주택시장이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토허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도한 상승률은 규제의 부작용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간 서서히 올랐어야 할 가격을 토지거래허가제로 억눌렀던 만큼, 일시적인 상승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은 짧게는 3개월 길어도 6개월 동안 이어질 시장의 급변을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한 달 만에 다시 더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은 풍선효과를 예상합니다. 시장 상황이 풀리면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을 넘어선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겁니다. 키 맞추기 경향도 적용됩니다. 강남이 많이 오르면 다음 주거 선호지역 가격도 연달아 오르는 겁니다.
이러한 풍선효과가 서울 외곽까지 퍼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대출 규제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대출을 많이 일으키고, 담보 대비 대출 규모도 큰 서울 외곽과 지방 아파트는 대출이 원활해야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미 대출 규제에 나선 상황입니다.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줄이고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은 매도조건부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조건부 전세대출도 막혔습니다.

말이 좋아서 풍선효과이지, 규제로 인해 또 다른 시장 왜곡이 시작됐습니다. 단기적인 효과는 노릴 수 있겠지만,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장기적으로 비효율성을 초래합니다. 주택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의 고통도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 3구와 용산구가 서울시에서 차지하는 면적 비중은 27%나 됩니다. 이들 지역 모든 아파트는 임차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면 외부에서 추가적인 주택 수요가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처음에는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겁니다. 월세가 오르면 전셋값도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면 궁극적으로는 집값이 치솟게 됩니다.
레셉스의 개미 진단으로 애꿎은 인부들이 희생됐습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 진단으로 애꿎은 임차인들이 희생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특히나 구(區) 단위의 광범위한 규제는 더 큰 왜곡을 초래할 시장 불안의 시작점일 뿐입니다. 잘못된 진단과 과도한 규제로 인해 시장 양극화와 왜곡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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