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 또는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을 요즘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라고 부른다. 타인의 애정과 인정을 얻기 위해 항상 남이 원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자신의 욕구를 제쳐두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베푸는 과도한 친절이나 호의가 때로는 독이 되어버리는 일도 있다. 그러다 보니 현대 경쟁 사회에서 친절은 불필요하거나 애써 포기해야 하는 가치로 전락해버렸다.
친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이런 분위기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는 친절을 다시 강조하는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래디컬 카인드니스(Radikale Freundlichkeit)>라는 제목의 이 책은 심리학자이자 온라인 심리상담 플랫폼 ‘젤파피(Selfapy)’를 만든 노라 블룸(Nora Blum)이 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상담심리 플랫폼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스스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 ‘친절과 스트레스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테드(TED)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강연 프로그램에 초대돼 ‘친절의 위대한 힘’을 전파하고 있다.

“심리상담 플랫폼을 위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제가 너무 친절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친절을 곧바로 ‘나약함’과 동일시하는 걸까요? 친절하면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는데도, 사람들은 왜 친절을 왜 강점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친절을 베풀자’라는 생각과 행동을 세상에 퍼트리고자 합니다. 작은 친절이 놀라운 영향력을 만들어냅니다. 친절이 당신의 인생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친절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친절은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고,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예”라고 답변하는 것이 아니다. 친절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욕구 또한 거부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이 이야기하는 ‘래디컬 카인드니스’다. 친절이 약자의 태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시 착각이다. 친절은 자신감의 표현이며, 끊어진 다리를 다시 연결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책은 친절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행복’이다.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상대의 불친절함에 차분하게 대처하며,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둘째, 친절은 ‘연결’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준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진정한 연결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친절을 베풂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성공’이다. “친절하면 바보 취급을 당한다”라는 것은 분명한 오해다. 상대를 향한 존경심과 친근감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직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점점 더 빨라지고, 디지털화되고, 익명화되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였던 친절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과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친절을 포기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공감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을 친절이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