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은행의 예·적금 및 대출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은행 공동대리점’이 이르면 올 하반기 등장한다. 우체국과 저축은행, 농·수·신협 등 2금융권 점포에서 은행 업무를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은행 영업점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이 내놓은 조치다.

▶본지 3월 17일자 A2면 참조

◇공동대리점·우체국에서 대출 신청

은행별 대출 골라 받는 '공동 점포' 나온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예·적금이나 대출, 이체 등 은행 고유 업무를 제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이 골자다. 이진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은행권이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은행 대리업 도입을 통해 소비자의 대면 거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대리업이 도입되면 여러 은행이 함께 출자해 만든 공동 점포에서 각 은행의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소비자는 공동대리점 한 곳에 방문해 여러 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살펴본 뒤 가입할 수 있다. 대출도 은행별로 금리 및 부대조건 등을 비교하고 신청할 수 있다. 은행권의 여러 상품을 모아놓은 일종의 ‘오프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보험업권에서 여러 회사 상품을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과 비슷한 형태다.

은행끼리 위탁계약을 맺어 서로의 업무를 대리할 수도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계약을 맺으면 국민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신한은행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점포 구조조정 속도가 가파른 일부 도서·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끼리 활발하게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체국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고 은행 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 전국에 약 2500개 영업점을 보유한 우체국에서 은행 예·적금 및 대출 업무 등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3000여 개 우체국을 대리점으로 활용 중인 일본 유초은행 등이 유사한 사례로 거론된다. 당국은 장기적으로 편의점, 대형마트 등 일반 법인의 대리업 허용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

은행별 대출 골라 받는 '공동 점포' 나온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당국은 연내 은행법 개정안 마련을 목표로 추진하되, 법 개정과 별도로 오는 7월 은행 대리업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은행이나 은행이 출자한 법인 공동대리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우체국도 지난해부터 당국과 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이 꾸린 태스크포스(TF) 논의에 참여해 온 만큼 시범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은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은행권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편의점 입출금 서비스를 확대한다. 현재 4대 시중은행만 지역 전통시장 등 제한된 지역에 공동 ATM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당국은 은행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동 ATM 운영 관련 경비를 사회공헌 활동 금액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전통시장 외에 관공서, 주민 편의시설, 대형마트 등으로 설치 지역을 확대한다.

신연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