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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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미국에 자동차 공장과 제철소를 지은 건 아닙니다. 미국에서 생산할 차량을 저탄소강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오는 점을 감안해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6일(현지시간)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개별 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외부 변수’(관세)에 대응하기보다 현대차그룹의 ‘근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는 의미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개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미국의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관세는 국가 대 국가 문제인데,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관세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준다면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원팀’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 및 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에 나왔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2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한 뒷얘기도 공개했다. 그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을) HMGMA로 초청했는데, 루이지애나에 현대제철이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다는 얘기를 듣더니 ‘그러면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매우 큰 영광이었다”며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부터 미국 공장 건립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을 잘 이해해줬다”고 했다.

엘라벨=김보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