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삶의 터전을 상실한 이재민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산불 피해가 난 의성·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 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소멸 우려 지역으로 이재민 역시 대부분 일흔을 훌쩍 넘는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들 노인이 며칠째 단체로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는 데다 식료품과 의약품 등도 크게 부족해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7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산불 피해로 도민 대피 인원은 현재까지 3만3000여 명이다. 이 중 1만5400여 명은 귀가하지 못한 채 체육관 등에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체육관, 영양군민회관 등 임시대피소로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대피소가 워낙 많다 보니 생필품과 기본적인 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대피소는 공간이 협소해 임시 천막조차 제대로 설치하ㅌ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은 돗자리나 매트 위에서 다 함께 뒤엉켜 생활하고 있다. 안동 길안면 주민인 70대 전모씨는 “급하게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오는 바람에 속옷도 제대로 못 챙겼다”며 “씻는 것도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 일직면·남선면 등은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시가 비상급수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언제 복구될지 기약조차 없다. 전날 임동면 등 2487가구엔 전기 공급도 중단됐다. 영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일대 정전으로 정수장 설비가 멈춰서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상북도는 이재민 편의를 위해 인근 숙박시설 확보에 나섰다.

조철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