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73세 소방헬기 기장
지난 26일 경북 의성의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 기장(73)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강원 인제에서 몰고 온 헬기가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렸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그런데 자동차보다 운행 난도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헬기를 70대가 조종해 산불까지 진화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국내 항공기 조종사의 실질적 정년은 만 65세다. 항공안전법에선 60세로 정했지만, 국제기구 권고에 따라 5년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규정은 대한항공 등 인원을 수송하는 ‘운송사업용’ 비행에만 적용된다. 화물 수송 등 ‘사용(私用)사업용’은 예외다. 이번 사고 헬기는 인제군이 임대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연령 제한 없이 조종할 수 있다.

조종사의 수급 불균형도 크다. 민간 헬기 조종사의 90%가 군 출신이다. 박 기장도 육군3사관학교 졸업 후 육군 항공대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군 조종사(준위)는 대부분 정년(55세)까지 복무한다. 소방, 경찰 등 국가기관이나 기업에 취직하는 전역 조종사의 나이가 50대 중후반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2020년대 들어 민간 자격 기준까지 까다로워졌다. 채용 때 다발(엔진 2개) 헬기 경력을 요구하면서다. 하지만 아직 500MD 등 단발 헬기를 운용 중인 육군에서는 해당 경력을 쌓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조종사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 됐다. 전국 119 소방헬기의 조종사 충원율은 70%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근무를 꺼리는 지방에서는 60대 조종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2022년 양양과 2023년 예천 산불 진화 중 추락한 헬기 조종사들 역시 70대였다.

강풍과 연기 속 헬기 산불 진화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위험 작업이다. 애초 부기장 없이 혼자 진화 지점의 진출입 경로를 설정하고 전선 등 장애물까지 제거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가 40년 경력의 베테랑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수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 박 기장은 홀로 30년 노후 헬기를 이끌고 불길과 사투를 벌이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서욱진 논설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