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 없어도 30만원"…경북 산불 재난지원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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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4000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 … 810억
5개 시·군 중 안동시, 자체 피해 집계도 못해
도의회 31일 안건 상정, 지급 방식 논의키로
5개 시·군 중 안동시, 자체 피해 집계도 못해
도의회 31일 안건 상정, 지급 방식 논의키로

30일 경북도는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5개 시·군 주민 총 27만4000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총 81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급 방식은 주민들의 계좌로 현금을 직접 입금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재원은 전액 도비로 충당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파악 중인 실제 산불 피해자 수는 이재민과 사망·부상자, 시설물 피해 등을 모두 합쳐 5만 명 안팎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 약 22만 명은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음에도 동일한 재난지원금을 받게된 셈이다. 전국 각지에서 500억원대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5개 시·군 중 안동시는 자체 피해 집계도 미비한 상태다.
특히 안동시의 경우 임동면과 일직면 등을 제외하면 도심 중심부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안동시청 근처에 거주하는 안모 씨(58)는 “불이 난 건 외곽 지역인데 시청 근처 사는 우리도 똑같이 지원을 받는다”며 “마을이 소실되거나 기업체가 불에 탄 진짜 피해 주민들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것이 만연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경북도의원은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주민 전원에게 돈을 뿌리는 방식은 선거철마다 반복됐던 퍼주기식 정책”이라며 “생계 복구가 절실한 피해 주민에게 돌아갈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지역 간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포괄적 현금 지급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고 조금 늦더라도 피해주민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게 맞다”며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을 갉아먹는 선심성 행정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산불 피해 5개 시·군 전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직접 피해자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피해를 입은 만큼 전 주민 지원이 필요하다”며 “산불 피해가 농업·어업·관광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철오/권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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