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AI용 맞춤반도체 산업과 시스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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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AI용 맞춤반도체 산업과 시스템의 진화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함께 엔비디아의 칩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빅테크들은 각자의 맞춤반도체(ASIC) 개발에 열을 올렸다. 맞춤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도움을 주는 외주 디자인하우스들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인력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2023년엔 대만의 알칩이 큰 주목을 받았다. 빅테크 중 ASIC에 가장 먼저,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아마존의 주요 칩 생산에 알칩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알칩은 칩 배선 디자인과 TSMC 제조 공정 관리를 했다. 프로젝트 하나로 연간 5억달러 넘는 매출을 냈다.

당시 브로드컴이 구글 TPU를 제작했지만, 전체 회사 규모에 비해 매출이나 이익 기여도가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ASIC 시장이 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중국 바이트댄스까지 브로드컴에 주문을 주는 빅테크 수가 크게 늘었다. 구글의 프로젝트 규모도 커졌다.

디자인 서비스 제공업체 간에도 경쟁이 시작됐다. 대만에선 TSMC의 주요 파트너사인 알칩과 GUC, 기존 스마트폰 AP칩 강자인 미디어텍 등이 연속해 수주에 성공했다. 브로드컴을 주로 통하던 구글은 일부 디자인 외주를 미디어텍에 넘기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마존은 마벨과 알칩 양사를 놓고 세대별로 한 쪽씩 주문을 주면서 경쟁시키고 있다. 애플이 초기 아이폰용 AP를 제작할 때 한 해는 삼성전자에, 다른 해에는 TSMC에 제작을 맡기던 상황과 비슷하게 보인다.

빅테크들도 점차 반도체 디자인을 내재화하려 하고 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이전엔 주요 파트의 디자인까지 브로드컴에 맡겼지만 최근 들어선 구글 내부의 디자인 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핵심 디자인을 직접하고, 배선만 외주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하면 외주 디자인업체의 부가가치는 절반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맞춤반도체 시장이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AI 산업이 확장 중이고, 이를 뒷받침할 빅테크들의 수요와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맞춤반도체는 디바이스 개발 초기에 잠깐 사용되다가, 디바이스가 사라지면 같이 없어지기 일쑤였다. 디바이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 품목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AI 서버용 트레이닝, 인퍼런스(추론) 칩은 이제 맞춤반도체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봐도 될 정도다. 더이상 외주 디자인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역량을 내재화하고, 저부가 디자인 서비스만 외주로 넘기려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 레벨의 변화다. 클라우드 서버와 클라이언트 컴퓨터라는 기존 두 가지 단계 컴퓨팅 시스템은 이제 훈련·추론·저장·클라이언트라는 시스템적 변화를 앞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시스템 구조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