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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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적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미공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가상화폐에 대한 내부자거래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올여름 세부 사항을 다듬어 내년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가상화폐가 주로 투자 목적으로 매매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애초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일본에선 자금결제법상 결제 수단으로 규정돼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은 금융상품거래법에 따라 유가증권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유가증권과 별개의 금융상품으로 규정하는 방안이다.

일본에서 가상화폐 거래 계좌는 지난 1월 기준 약 734만개로 5년 전보다 약 3.6배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등에 따라 매매 및 보유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자거래 규제는 금융상품거래법에서 대상이 되는 사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를 대상으로 추가한다. 발행자나 교환업자의 신규 사업 등 정보를 파악한 관계자가 공표 전 거래한 경우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에서 가상자산시장규제(MiCA)가 시행되면서 내부자거래 규제 대상이 됐다. 미국에선 대형 거래소 직원이 자사에서 새 가상화폐 취급을 시작한다는 기밀 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했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법 개정안은 발행자와 교환업자에 대해 투자자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 공개도 요구한다. 유가증권만큼 엄격하진 않더라도 기업 정보와 거래 정보 등에 대해 공개 의무를 부과할 전망이다. 금융상품거래법상 투자 대상으로 규정되면 교환업자뿐만 아니라 투자를 권유하는 업자도 등록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발행자 등 관련 업체는 해외 사업자도 많다. 금융청은 기업 소재지와 관계없이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어떻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과제다. 가상화폐는 비트코인부터 투기성이 짙은 밈코인까지 다양하며, 규제 대상을 어떻게 좁힐지도 향후 검토할 예정이다.

가상화폐가 법적 투자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면 세제 개편 논의도 필요하다. 일본에서 현재 가상화폐 거래는 종합과세로 매매차익 등에 최대 55%의 세금이 부과된다. 금융청은 올여름 제출할 2026년 세제 개정안에서 가상화폐를 분리과세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