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 대출을 노린 시중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 불안, 고환율, 경기 침체 등 삼중고에 빠진 기업들의 연체율이 치솟으면서다. 은행권에선 수년간 이어진 외연 확장 시대가 저물고 우량 대출 확보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알짜 대출' 경쟁…KPI까지 바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비우량 대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올 들어 핵심성과지표(KPI)를 손질했다.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이익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RoRWA를 추가했다. 과거 성과지표가 일선 영업점의 대출 영업을 독려하는 자산 성장 중심이었다면 새 지표는 위험자산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량 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우량 대출을 선점할 기업금융 인재(RM)를 확보하기 위해 RM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예비 RM 수십 명을 모아 6개월간 훈련하는 방식이다. 알짜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 내 협업이 중요한 만큼 내부 네트워크 구축부터 실무 위주의 강도 높은 교육을 한다. 이를 위해 18개 유관부서가 달라붙었다. 영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고객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은 우량 수출 기업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환율 시대를 맞아 환율에 민감한 기업에 외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출패키지 우대 금융’ 등 수출입 기업을 위한 특화 상품 개발·판매를 늘리고 나섰다.

우량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를 서울 광화문과 경기 화성·평택 지역에 신설하기로 했다. 주요 거점에서 기업별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지역 내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컨설팅 등 밀착형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량 기업에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금리 하이패스’ 제도도 도입했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등 국내 핵심 산업과 관련된 기업에 대출 금리를 깎아준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 기업 종합금융 플랫폼을 개편했다. 늘어나는 비대면 고객에게 맞춰 전용 플랫폼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서다. 우선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변경했다. 기업대출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고, 외환·퇴직연금 서비스도 추가했다.

은행 내 최고 영업통으로 꼽히는 은행장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우량 중견·중소기업을 방문해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매일 점심, 저녁 식사 미팅은 물론 낮에도 자금 수요가 있을 만한 우량 기업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