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필수 의료 붕괴 진앙’으로 꼽히는 실손의료보험에 칼을 빼들었다. 실손보험의 중증 질환 보장을 강화하는 대신 비중증·비급여 진료에 대해선 가입자 부담을 확 키우기로 했다. 올해 말 출시하는 5세대 실손보험에선 도수치료, 비타민 주사 등 과잉 비급여 항목에는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증질환 보장 강화한 5세대 실손…도수치료·비타민 주사엔 보험금 안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1일 발표했다. 5세대 실손보험의 급여 의료비는 입원과 외래(통원)로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입원 자기부담률은 현행 4세대와 마찬가지로 20%를 적용하고, 외래의 경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한 자기부담률을 적용한다. 입원의 경우 중증 질환이 많고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반영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 한도(500만원)를 신설해 중증 질환 보장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누수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 비중증 비급여에 대해선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암, 뇌혈관·심장질환 등 중증 비급여에 대해선 4세대와 동일한 보상한도(연 5000만원), 자기부담률(30%)을 유지한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 부문은 연간 보상한도를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인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근골격계 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비급여 보장 항목이 줄어든 대신 보험료는 대폭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5세대 상품의 보험료가 4세대 대비 30~50%가량 저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 관계자는 “1세대 상품과 비교하면 5세대 상품의 보험료는 6분의 1 수준으로 낮다”고 말했다. 당국은 급여와 중증 비급여(특약1)를 보장하는 상품을 먼저 올해 출시하고, 비중증 비급여(특약2)는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실손보험과 관련해 △무분별한 ‘의료쇼핑’ 초래 △의료 인력 쏠림 현상 심화 △건보 재정 악화 △보험료 인상에 따른 가입자 부담 증가 등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쇼핑을 방지하고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일부 의사단체가 “실손보험 개혁으로 보험사 이익만 늘어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당국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는 5세대 상품과 무관하게 기존 계약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재가입 주기가 있는 2세대 후기 및 3·4세대 가입자 약 2000만 명은 향후 순차적으로 5세대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반면 재가입 조항이 없는 1세대(654만 건)와 2세대 초기(928만 건) 가입자는 만기까지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올 하반기 1·2세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정 보상금을 제공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계약 재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형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