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두 번째 규모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급반등해 미국 제재를 뚫고 화웨이가 부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제재 뚫고 부활한 화웨이, 역대 2위 매출
1일 화웨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8621억위안(약 1182억달러)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인 2020년의 8914억위안에 근접한 수치다. 전략적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626억위안에 그쳤다.

스마트폰사업이 화웨이의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 화웨이는 작년 4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히는 트리폴드폰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에 작년 소비자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8.3% 증가한 3390억위안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지난해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12%에서 16%로 상승하며 애플을 바짝 뒤쫓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접근이 제한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자체 OS인 하모니OS5를 출시하며 탈(脫)구글에 성공했다. 안드로이드 접근 제한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장비 부문 성장세도 뚜렷했다. 화웨이는 작년을 차세대 5G인 5G-A(5.5세대) 상용화 원년으로 삼고 세계 20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세계 모바일 네트워크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지능형 차량 솔루션 분야도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다. 작년 부품 출하량은 전년 대비 7배 급증한 2300만 개를 기록했고 15개 모델이 시장에 출시됐다.

화웨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797억위안으로 매출의 20.8%를 차지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385억위안을 기록했고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전력 사업 역시 24.4% 성장한 687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순환회장을 맡고 있는 창업자 런정페이의 장녀 멍완저우는 “올해 화웨이는 다양한 관리 시스템과 사업 활동에서 품질로 승리를 더 강화하고, 품질 목표를 유지하며, 품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돼 ‘커버드 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운영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화웨이, ZTE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