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대출 규제에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남뉴타운 재개발 지역은 빌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양상입니다.

지금은 빌라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이후에는 새 아파트가 되어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에 합류하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입니다. 신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니 강남에서는 평당 2억원 시대가 열렸고, '얼죽재'(얼어 죽어도 재건축)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성이 뛰어난 강남 3구나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단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정도를 제외하면, 서울 강북 지역이나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같은 곳들은 분담금 문제로 인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분담금이 집값에 근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비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니 분양가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트럼프발 상호관세 이슈, 원·달러 환율 급등, 고물가, 인건비 상승 등 여러 변수로 인해 공사비와 분양가는 동반 상승할 전망입니다.

결국 건설회사들도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시공사 입찰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사업성이 부족한 아파트 단지들은 어떻게 될까요? 리모델링을 고려하겠지만, 사실 재건축보다 더 어려운 선택입니다. 일반 분양 가구가 극히 적고 공사비는 재건축의 85% 이상 들어가니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분당 일대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분당 일대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결국 우리도 선진국처럼 기존 아파트 단지를 잘 가꾸면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외벽을 새로 도색하고 개별 가구는 대형 인테리어 업체에서 평균 5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새집처럼 꾸밀 수 있습니다. 낡은 아파트는 단장해도 여전히 낡은 아파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이나 유럽,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그동안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위해 일부러 도색이나 수리하지 않아 더 낡아 보인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아파트든 구조체(골조)는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선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불편한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기존 아파트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공법도 개발됐습니다.

몇 년 후에는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불가능한 아파트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가 되면 단순히 아파트 연식만 따지기보다는 주변 환경이나 학군, 수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파트를 매입하고 꾸준히 관리하며 지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겁니다.

지금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이런 흐름을 감안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찾고 있다면 이런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매번 평당 2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관심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부담이 크지 않고, 역세권이면서 주변 환경이 우수하고 외관도 깔끔한 아파트가 대도시 곳곳에 많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찾아 수천만원만 들이면 내부도 새집처럼 깔끔하게 바꿔 가족의 아늑한 보금자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