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타고…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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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클래식 축제
도쿄 스프링 페스티벌
매년 바그너 작품 1편 무대에
올핸 15년 만에 '파르지팔' 공연
5층 객석에 합창단 배치 이색적
도쿄 스프링 페스티벌
매년 바그너 작품 1편 무대에
올핸 15년 만에 '파르지팔' 공연
5층 객석에 합창단 배치 이색적

15년 만에 돌아온 바그너 ‘파르지팔’
도쿄문화회관 내부도 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공연은 2010년부터 진행해온 바그너 시리즈다. 매년 바그너의 작품을 한 편씩 무대에 올리는 시리즈다. 지난해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연주됐고 올해의 주인공은 ‘파르지팔’이었다. ‘파르지팔’은 2021년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미뤄졌다. 축제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된 게 2010년이니 1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셈이다. 지휘는 마렉 야노프스키(사진)가 맡았고, 연주는 NHK교향악단이 했다. 바그너 시리즈를 오랜 시간 책임져 온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NHK교향악단은 마렉 야노프스키와 함께 일류 오케스트라가 됐다.
특히 감동적인 건 마렉 야노프스키의 지휘봉 아래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이 감정의 파도를 함께 넘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2막의 감정선은 아주 섬세하게 연주됐다.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정교하게 연주하며 이들은 바그너 음악에 헌신했다. 3막까지 음악이 연주되는 긴 시간 동안 단원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야노프스키는 단원들에게 연신 엄지를 세워 보이며 긴 항해를 독려했다. 이날 악장을 맡은 수나오 고코의 뛰어난 리더십도 한몫했다. 그는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무대에 홀로 나와 연주해보며 중요한 파트를 점검했다. 5시간에 걸친 ‘파르지팔’에서 악장을 맡는다는 게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지 느낄 수 있었다.
게르하어와 나즈미의 압도적 연기

무대가 없는 콘서트 오페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명 디자인도 섬세하게 이뤄졌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조도와 색감이 바뀌었다. 오래 기억될 만한 장면은 마지막 구원의 순간이었다. 등장인물들이 구원에 이르고, 동시에 서서히 공연장의 조명이 밝아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덕분에 5층 객석에 배치된 합창단의 노래는 더 성스럽게 들렸고, 마지막 음이 완전히 소멸한 자리엔 환한 빛이 대신했다. 5시간에 걸친 공연은 장대하게 마무리됐다.
마법 같은 연주력에 일본 관객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에게 진심 어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객석의 불이 완전히 켜지며 공연 종료 사인을 알렸지만 관객은 박수를 이어가며 지휘자를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마렉 야노프스키는 환호에 못 이겨 다시 한번 무대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멋진 연주는 NHK교향악단 단원들 덕분이라며 연신 단원들에게 공을 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쿄=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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