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통해 대출받은 개인사업자의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다. 가계대출 제한에 막혀 기업대출을 새 먹거리로 여겨온 인터넷은행마다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1.49%(작년 말 기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0.39%에서 1년 새 4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0.49%에서 0.48%로 되레 0.1%포인트 낮아졌다.
다른 인터넷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는 작년 말 기업대출 연체율이 1.83%까지 급상승했다. 전년 대비 134%나 높아졌다. 2022년 기업대출 연체율은 0.06%에 불과했다. 케이뱅크 역시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3년 0.97%에서 지난해 0.83%로 떨어졌다.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시중은행 대비 눈에 띄게 높다. 국민은행의 작년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0%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 특성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 연체율은 낮아지고 기업대출이 급상승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연체율이 급상승한 것은 경기 침체로 한계에 몰린 개인사업자들이 급증해서다. 인터넷은행을 통해 대출받은 기업 대부분이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책 자금 등으로 연명해온 개인사업자들이 자금 여력이 떨어지자 인터넷은행 등을 통해 추가 대출받은 뒤 부실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자 중 절반 이상(56.5%·176만1000명)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다.
문제는 인터넷은행들이 앞다퉈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제한 여파로 새 먹거리가 필요해서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는 기업대출을 통해 양적 성장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기업대출은 1조8946억원(작년 말 기준)으로 전년(9495억원) 대비 두 배 급증했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9751억원에서 1조1514억원으로 대출 잔액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