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며 자국 산업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자 발 빠른 구조조정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7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인 충칭창안자동차와 둥펑 간 경영 통합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창안과 둥펑이 경영 통합의 구체적인 사항과 관련해 협의를 마쳤으며, 이런 내용은 양사가 합작하고 있는 외국 자동차 기업에 전달됐다. 창안은 미국 포드 및 일본 마쓰다와, 둥펑은 일본 혼다·닛산과 합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산업이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시장 혼란과 생산력 저하를 겪고 있다고 봤다. 일부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업계 기술 혁신과 제품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올 들어 완성차를 생산하는 국유 기업을 전략적으로 재편해 산업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산재한 연구개발(R&D), 제조, 마케팅을 통합해 중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자주적인 핵심 기술을 갖춘 세계적 자동차 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중국 현지 업계에선 중국 자동차산업이 향후 10년간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등 민간 기업 두 곳과 나머지 5개 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엔 전기차 브랜드 120여 개를 포함해 완성차 브랜드 180여 개가 있다.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철강공업협회는 정부에 신규 철강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낙후한 생산 능력을 과감하게 정리해 철강산업 선진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수급 불균형으로 중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생산 능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철강 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5000만t이 감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량 감축으로 난립한 기업이 정리되고, 디지털화·로봇화로 산업 시스템이 재정비될 것이란 관측이다.

가전산업도 해외 기업 인수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까지 나서 기업들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를 장려하고 있다. 청소기 기업 쑤저우알톤은 최근 독일 회사 프로덕티어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자원과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중국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 중국 성장률 전망에 타격을 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중국에 추가로 54% 관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1%포인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