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수업 복귀를 둘러싸고 의대생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본과생은 속속 수업에 복귀하고 있지만 예과생은 본격적인 복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업 복귀가 지연되면서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본과생은 속속 수업 참여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본과생과 예과생의 복귀율 차이가 크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본과 1~4학년 학생은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수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출석 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이 결정되는 시점인 만큼 학생들이 대거 수업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학교에서도 본과 3~4학년을 중심으로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임상 실습이 시작되는데, 본과 3~4학년은 실습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52주의 병원 실습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본과 3~4학년은 미룰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본과 3~4학년을 중심으로 의대생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돌아오지 않을 경우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세대 의대를 포함해 일부 대학은 이날부터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발송했다.
◇예과생 수업 참여는 저조
본과생과 달리 예과 1·2학년은 수업 참여율이 낮은 상황이다. 위계질서가 강한 의대 구조상 선배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파 중심의 의대 학생회가 주로 본과 1~2학년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예과생의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들이 선배인 본과 3~4학년에게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지만 후배인 예과 1~2학년은 압박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집단 괴롭힘도 현재 진행형이다. 의료계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 이후에도 이 커뮤니티를 통한 괴롭힘 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메디스태프와 관련한 민원이 한 번 더 들어오면 방심위에 사이트 폐쇄 요청을 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방심위든 수사 의뢰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모집인원 동결 발표도 미뤄져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계기로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었지만, 의사들이 여전히 의대생의 휴학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의정 갈등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대한의사협회는 윤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의대생 사이에서는 “우리의 뜻을 제대로 관철하기 위해서는 조기 대선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기류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동결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전원 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야 약속한 모집 인원 동결을 확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수업 현장 분위기를 보고 결정할 것이고, 기한을 정해놓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