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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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아' 리뷰
안젤리나 졸리 주연, 파블로 라라인 감독
16일 극장 개봉
안젤리나 졸리 주연, 파블로 라라인 감독
16일 극장 개봉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마리아>는 <재키>와 <스펜서>에 이어 '세기의 여성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어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바로 기억되는 칼라스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레미제라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존 워허스트가 음악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아드루이사 리가 분장을 각각 맡아 칼라스의 음악과 외모를 스크린 위에 재현했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4막으로 전개되며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을 재조명한다. 은퇴한 소프라노를 맨드렉스(코디 스밋-맥피 분)라는 이름의 기자가 인터뷰하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사실 맨드렉스는 칼라스가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의 이름으로 기자는 실존인물이 아닌 그녀의 환각 속 인물이다.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영화 속 칼라스는 신체와 정신이 모두 쇠약해진 모습이다. 약에 취해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을 조각처럼 꺼내 놓는다.

이 대사는 칼라스가 자신의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에펠탑이 보이는 광장으로 향하며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밀라노에서 무대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자신이 직접 의상을 불태웠다고 말한다. 음악 코치를 만나 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부르며 목소리를 되찾으려 애쓰는 장면은 단순한 발성의 문제가 아닌 칼라스 내면의 상처로 인해 예술적 자아가 붕괴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병적인 갈망이나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스러운 모습 등 무대에서 내려온 예술가가 마주한 절망적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풀어냈다면,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 예술가의 고통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음을 앞둔 칼라스가 푸치티 오페라 <토스카>의 '음악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졸리는 나뭇가지 같은 손목에 힘줄이 드러날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떨리는 입술로 생애 마지막 아리아를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과 함께 흐르는 칼라스의 생전 영상은 마지막 무대를 앞둔 그녀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긴 여운을 남긴다.
조동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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