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가 반도체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되는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선 반도체가 제외됐지만, D램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과 같은 완제품에 대해선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은 D램 모듈과 SSD에 대해 선제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고객사에 서한을 통해 9일부터 메모리 모듈과 SSD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는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메모리 모듈과 SSD에는 적용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상은 마이크론이 지난달 말 고객사에 D램 일부 제품군에 대해 최대 11%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한 것과는 별개다. 세부 가격 인상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며칠 새 추가 가격인상이 단행되는 만큼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은 칩셋 자체만 거래되진 않고 대부분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결합한 모듈 형태로 판매된다. DIMM(듀얼 인라인 메모리 모듈), CAMM(압축부착메모리모듈) 등으로 불리는 제품들이다. SSD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를 결합한 저장장치로, 완제품 형태로 팔린다. 사실상 대부분의 메모리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마이크론 역시 D램 모듈과 SSD 등 대부분 완제품을 해외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 등에 있는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서다. 관세율은 중국 104%, 대만 32%, 싱가포르 10%, 인도 26% 수준에 이른다. 가격 인상 없이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만큼 마이크론도 관세 부담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주로 한국과 중국에서 D램 모듈과 SSD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선 화성, 평택, 기흥에서 D램을,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청주와 함께 중국 우시에 D램, 충칭에 패키징, 다롄에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관세 25%, 중국은 104%를 부과받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체 메모리 수출 중 미국 수출 비중은 7% 수준으로 크지는 않다.

양사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련 관세 정책을 모두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반도체에 대해 최소 25% 이상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관세를 피하기 어려운 만큼 상당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채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