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탑승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탑승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 경험이 많은 소비자가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속설을 더 강하게 믿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여행 경비가 제주 여행 대비 일평균 5만원가량 더 들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는 얘기다. 이미 자리 잡은 '일본 여행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국내 여행을 기피하는 현실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국내·해외여행 경험자 특별조사'는 최근 2년 내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을 모두 경험한 여행객 1006명에게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 96%가 들어본 적 있고, 84%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76%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제주도와 일본을 모두 다녀온 여행객(232명)의 응답은 각각 97%, 86%, 82%로 더 높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일반 여행자보다 여행 애호자가, 여행 애호자 중에서도 제주와 일본 여행을 모두 경험한 이들이 더 속설에 대한 믿음이 높았다"며 "속설이 체험을 통해 강화된 것으로, 단순한 수치 차이 이상의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제주 여행 비용, 일본 여행 경비와 유사하게 인식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여행 애호자가 지출한 1일 평균 여행 비용은 일본에서 22만7000원, 제주에서는 14만7000원으로 일본이 1.5배가량 많았다. 다음 여행에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각각 23만5000원, 16만2000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비슷했다.

그러나 제주와 일본 모두 여행한 이들로 범위를 좁히면 여행 지출 비용과 예상 비용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이들의 일본 여행 지출은 22만3000원, 예상 비용은 22만5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제주 여행 지출(14만6000원)과 예상비용(17만7000원)의 차이는 3만1000원으로 유독 컸다. 제주 여행에서 평균보다 적게 썼지만, 다음엔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와 일본을 모두 여행한 이들 기준으로 보면 "제주 여행 갈 돈 17만7000원이면 22만5000원 쓰고 일본 가는 것이 낫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 프리미엄' 인정해야 문제해결 가능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인 여행객의 일본 여행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재방문 수요가 높고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소도시를 찾는 여행 수요까지 몰릴 정도다. 지난 1월에는 한국인 97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인 전체 출국자(91만명)보다 6만명가량 더 많았다. 일본에 간 한국인 수가 전 세계로 나간 일본인보다 많았던 셈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도와 일본 모두를 다니며 비교해본 여행 애호자의 판단과 평가도 중요하다"며 "일본 여행에는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이들의 경험칙을 '비합리적 소비 의식이나 미신'으로 폄하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고 왜 그런 현실이 됐는지,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찾아가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