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챗GPT 생성
사진 = 챗GPT 생성
'관세 패닉'으로 때아닌 크립토 윈터를 맞이했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방침으로 인해 다시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대응 조치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큰 폭의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매우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대장주 이더리움(ETH) 시세는 10일 오후 15시 6분 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전일 대비 11.96% 급등한 1622달러(업비트 기준 239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BTC) 대비 이더리움의 상대적 가치(ETH/BTC)는 0.01968로 202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반등장에서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시장 내 자금이 쏠리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날 비트코인(BTC) 도미넌스(암호화폐 전체의 시가총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는 63.4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에 집중하면서, 시장이 상승할 때 알트코인은 제한된 상승폭에 그치고 하락장에서는 더 큰 낙폭을 기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총 5억달러대 알트코인, 한 달 새 최대 68% 급락…밈코인도 '흔들'

최근 트럼프발(發) 고율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알트코인 전반은 한때 급락세를 기록했다.
VERUM·HEX·PLSX·JUP 등 코인이 지난 한 달 간 낙폭을 크게 확대했다. / 사진 = 샌티멘트 보고서
VERUM·HEX·PLSX·JUP 등 코인이 지난 한 달 간 낙폭을 크게 확대했다. / 사진 = 샌티멘트 보고서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샌티멘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시가총액 5억달러(약 7291억원) 이상인 알트코인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코인은 베룸(VERUM)으로 약 68% 급락했다. 이어 헥스(HEX)는 -56%, 펄스엑스(PLSX) -55%, 주피터(JUP)도 -38%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밈코인인 오피셜트럼프(TRUMP), 인젝티브(INJ), 리도다오(LDO)도 모두 3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옵티미즘(OP), 헤데라(HBAR) 역시 유사한 하락폭을 기록했다.
오피셜트럼프(TRUMP) 가격 움직임. 시장의 반등에도 밈코인 등 알트코인 다수는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 사진 = 코인마켓캡
오피셜트럼프(TRUMP) 가격 움직임. 시장의 반등에도 밈코인 등 알트코인 다수는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 사진 = 코인마켓캡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과 시가총액은 올 들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전체 알트코인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조달러(약 1457조원)에서 현재 5830억달러(약 849조원) 수준으로 40% 가까이 증발했다. 샌티멘트는 "2025년 4월은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격렬한 한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낙폭은 2020년 3·4월, 코로나19 초기의 시장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시가총액이 낮은 '롱테일(비주류)' 알트코인은 더욱 조정에 취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 전문 뉴스레터 어시메트릭은 "올 초부터 이어진 규제 완화 기대와 긍정적 뉴스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과 거래량은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시가총액이 작은 프로젝트 토큰 일부는 80~99%까지 하락했다"라고 했다.

암호화폐 분석가 벤자민 코웬도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은 조정장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강세장에서 투자자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밈코인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 업체 매트릭스포트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 강세장에서 주목받았던 밈코인은 여전히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으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봤다. 밈코인의 대명사인 도지코인(DOGE)은 올해 고점을 기준으로 약 7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숨 고르기'…유예 카드에 암호화폐 시장 단기 반등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위축됐던 암호화폐 시장은 관세 유예 소식에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당분간 증시 흐름과 밀접하게 연동될 가능성이 크고, 단기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2분기 후반을 전후로 회복 시그널이 포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주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비트코인(BTC)의 펀딩비와 미결제약정(OI) 추세는 향후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면서도 "2분기 후반에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완화, 상장지수펀드(ETF) 유입 재개, 국가 주도의 (친암호화폐) 내러티브 확산 등으로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결제약정이란 파생상품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청산하지 않은 포지션의 계약 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결제 약정이 많을수록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렉스 쿠프치케비치(Alexander Kuptsikevich) 에프엑스프로 시니어 마켓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시장은 이번 주 월요일(지난 7일) 유럽 증시가 개장하면서 소폭 반등했지만 그 뒤론 점차 힘을 잃고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는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도 단기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뚜렷한 반등 신호가 없을 경우 이번 회복세도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반등 여부는 여전히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분석가 벤자민 코웬(Benjamin Cowen)도 유튜브 방송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 자산 가격을 낮추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다만 경기 침체 없이 이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며, 암호화폐 시장의 반등 역시 향후 주식시장 흐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심리적 지지선('집')에 도착한 이더리움(ETH) / 사진 = 벤자민 코웬 유튜브 캡쳐
기술적·심리적 지지선('집')에 도착한 이더리움(ETH) / 사진 = 벤자민 코웬 유튜브 캡쳐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이 기술적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코웬은 "최근 이더리움은 드디어 '집(기술적·심리적 바닥)'에 도달했다"면서 "이제는 이더리움이 몇 주, 혹은 며칠간 머물며 지속적인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이더리움은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매수(DCA) 관점이 유효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더리움은 과거 2015년 9월, 2016년 11월, 2019년 11월에도 핵심 지지선까지 낙폭을 키운 뒤 강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시장 분위기와 실제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전략가 마이클 반 데 포프(Michaël van de Poppe)는 엑스를 통해 "현재 시장 심리는 극단적으로 요동치고 있다"라며 "최근 암호화폐 시장 전반은 '피의 목욕'을 겪고 있고 알트코인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과 채권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번 하락이 2020년 3월 조정과 유사한 구조라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향후 강한 상방 흐름을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CNY/USD(캔들차트)와 ETH/BTC(분홍색 선)는 대체로 동조화된 흐름을 보여왔다. 현재 두 지표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반등할 경우 알트코인 시장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사진=마이클 반 데 포프 X 캡처
CNY/USD(캔들차트)와 ETH/BTC(분홍색 선)는 대체로 동조화된 흐름을 보여왔다. 현재 두 지표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반등할 경우 알트코인 시장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사진=마이클 반 데 포프 X 캡처
최근 위안화 약세가 알트코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략가는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연일 붕괴되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 방어에 나서거나, 미 중앙은행(Fed)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면 알트코인 강세장이 도래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암호화폐 시세는 달러화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위안화 흐름과 동조화되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알트코인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조달러(약 1457조원)에서 현재 5830억달러(약 849조원) 수준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알트코인 시즌이 도래할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사진 = 글래스노드
전체 알트코인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조달러(약 1457조원)에서 현재 5830억달러(약 849조원) 수준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알트코인 시즌이 도래할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사진 = 글래스노드
최신 온체인 분석에서도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온체인 분석 플랫폼 글래스노드는 주간 연구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현재 7만6000~8만7000달러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도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면서도 "뚜렷한 반등 전환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가 손해를 보며 매도하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구조적인 약세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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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