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이어 달러값도 추락…"미국,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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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도 견딘 달러…트럼프 관세 자충수에 폭락
미국 높은 성장세도 끝날 가능성
국채 급락, 英처럼 정권 흔들수도
미국 높은 성장세도 끝날 가능성
국채 급락, 英처럼 정권 흔들수도

“미국이 문제 있는 신흥국 취급을 받고 있다.”(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미국 국채에 이어 달러화까지 급락하면서 ‘미국은 다르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관세보다 트럼프가 위험”

이런 믿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에 나서며 흔들리고 있다. 미국 증시와 국채에 이어 달러 가치까지 급락해 ‘미국 밖으로’ 대탈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포인트 뛴 연 4.448%로 오르는(국채 가격 하락) 동시에 달러 가치가 3%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ISI는 이런 흐름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 표시 자산 매력이 높아져 달러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급격한 미 국채 투매가 발생하자 이를 “정상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청산)”이라고 표현했다. 증시 하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헤지펀드들이 국채를 매도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일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은 금융공학적 계산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게 다르게 바뀌는 대중(對中) 관세율, 반복되는 관세 부과 후 유예, 비상식적 관세율 계산 방식 등이 시장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자체만큼이나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와 경기 침체 가능성도 달러 신뢰도를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지난해 1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249%) 이탈리아(13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두 가지 요인 덕분에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했다. 바로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와 지속적인 달러 자산 매수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주요국 대비 높은 성장세를 보인 ‘미국 경제 예외주의’도 곧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무역정책이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JP모간체이스는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이 60%”라고 분석했다.
◇‘트러스 모멘트’ 경고도
경기 침체와 높은 재정적자율의 조합이 트럼프 정권이 흔들리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버코어ISI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러스 모멘트’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22년 3월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자 헤지펀드들이 영국 국채를 대규모 매도해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결국 트러스 총리가 물러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영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세를 촉발했다. 미국 경제도 침체에 접어들 경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이날 달러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대체 안전자산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4%가량 오른 트로이온스당 3220달러를 기록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럽의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프랑의 달러 대비 가치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다만 세계 무역 결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만큼 기축통화 달러를 대체할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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