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민간인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민간인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추진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따를 것이라고 자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안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에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부활절을 1주일 앞둔 일요일 인파가 북적였던 만큼 피해가 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최소 34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적의 미사일이 평범한 도시 거리, 평범한 삶을 공격했다”며 “사망자와 부상당한 민간인이 수십 명인데 이는 비열한 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화는 탄도미사일과 폭탄을 멈추지 못했다. 침략자에 대한 압박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전 세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파괴된 곳과 피해를 본 민간인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미 지역 공격에 대해 “그들(러시아)이 실수했다고 들었다.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수’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러시아에 문의하라며 말을 돌렸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이번 공격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한 직후 이뤄졌다. 러시아가 휴전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대목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4시간30분가량 회담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획기적 돌파구를 기대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국제사회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에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인 휴전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군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독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타우러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향을 드러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허가받은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영국과 프랑스의 스톰섀도(스칼프) 미사일 사용에 이어 이들보다 사거리가 긴 타우러스까지 지원받는다면 전황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