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해진 승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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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오피니언부장
![[데스크 칼럼] 정해진 승리는 없다](http://img.www5s.shop/photo/202504/07.14334346.1.jpg)
오픈AI는 지난달 말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선보였고, 한국에서 역대 최대 하루 매출 기록을 세웠다. 챗GPT 신규 한국 가입자도 최근 한 달간 두 배 늘었다고 한다. SNS를 타고 퍼진 지브리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오픈AI의 자체 평가다. 남 하는 건 꼭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유별난 집단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무비판적 동조 지양해야
유독 한국인이 유행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나와 있다. 유행을 좇는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성과 유대감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타인과의 관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어려서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특성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트렌드 변화에 예민한 디지털 세대로 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SNS에 매몰된 현대적 군중심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군중심리는 다수가 선택한 것이 나에게도 유리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조각난 단편적 사실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다. SNS 프사 한 장 바꾸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런 심리가 소비와 문화를 넘어 공동 사회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사회·정치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는 커진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우리 사회의 격변 과정에서 군중의 흐려진 판단력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선거 승패 점치기는 일러
정치는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다. 한때의 흥밋거리처럼 소비되고 사라지는 콘텐츠와 달리 삶 전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SNS, 유튜브 등 미디어의 알고리즘 필터링과 여론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집단의 흐름은 때론 개인의 판단을 무력화하고, 무비판적인 동조를 하게 만든다. 정치적 선택은 내 삶과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일이다. 내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정치는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맞춰가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구성원이 얼키설키 얽혀 있는 갈등을 서로 조율하며 신뢰의 성을 쌓아가는 복잡다단한 과정이다. 이젠 언론에서조차 아무렇지 않게 반복 노출·전염되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같은 표현은 무의식적 선택을 조장하는 위험한 정치 선동 프레임이나 다름없다. 여론조사 수치나 기획된 정보만 보고 결과를 예단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온라인 여론의 전장이 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 위에서 피어난다. 출처마저 불명확한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나만의 ‘정치 프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해진 미래도, 정해진 승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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