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자는 자연…땅에 귀 기울이면 코스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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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 설계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전 세계 300여개 코스 디자인
국내 명문 안양CC도 재설계
"코스 설계는 자연과의 교감
'분재'처럼 정성껏 가꿔야"
'골프코스 설계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전 세계 300여개 코스 디자인
국내 명문 안양CC도 재설계
"코스 설계는 자연과의 교감
'분재'처럼 정성껏 가꿔야"

골프코스 설계의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85·미국·사진) 역시 매해 이곳에 초청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올해 마스터스대회 기간에 만난 그는 “한국은 골프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 많은 나라다. 즐겁게 일했고 그곳에서 만든 코스들을 사랑한다”며 기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존스 주니어는 미국 아일랜드 일본 등 50개국에서 300여 개 코스를 설계했다. 미국 페블비치의 포피힐스GC, 아일랜드 호그스헤드GC와 베트남 최고 명문 골프장 호이아나쇼어CC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아버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시니어와 동생 리스 존스까지 모두 골프장 설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존스가는 골프계의 대표 명문가로 꼽힌다.
한국 골프팬에게도 그의 이름은 친숙하다. 음성 레인보우힐스CC, 원주 오크밸리CC, 제주 롯데스카이힐CC 등을 모두 그가 그렸다. 한국 최고 명문 골프장인 안양CC의 지금 모습을 만든 것도 존스 주니어다. 1960년대 일본의 영향으로 한 홀에 두 개 그린이 있는 구성의 안양CC는 1997년 그의 손을 거치며 원그린 시스템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코스 전체를 관통하는 개울을 넣고 벙커를 곳곳에 추가했다. 존스 주니어의 손을 거치며 일본 정원처럼 단아하던 안양CC는 날카로운 공략까지 요구하는 코스가 됐다. 그는 “착한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같은 코스”라고 돌아봤다.
안양CC를 통해 삼성가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몇 번 라운드한 경험을 소개하며 “그는 정말 멋진 골퍼다. 골프를 비즈니스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진심으로 즐겼다”고 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이 회장이 몇 년 전 한국에서 힘든 상황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시집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그에게도 특별한 곳이다. 그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존스 시니어가 1948년 이 코스의 얼굴격인 ‘아멘코너’ 11번홀을 리뉴얼하고 ‘래의 개울(Rae’s creek)’ 등 아멘코너를 아우르는 물줄기를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다. 오거스타내셔널GC는 이 같은 공헌을 기려 아들인 존스 주니어를 매해 마스터스 기간에 초청한다. 그는 “이곳은 우리 가족의 일부다. 올 때마다 나와 가족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도 종종 라운드를 즐긴다. “제 친구가 이곳 회원이라 종종 매치플레이를 하는데 늘 제가 이깁니다. 설계자인 아버지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웃음)
세계 300여 개 코스를 설계하며 지켜온 그의 철학은 “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땅이 코스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땅이 나에게 다가오면 그 위에 골프를 얹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매일 정성스레 돌보면 됩니다. 작은 나무 안에 세계가 담겨 있는 분재처럼요.”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의 창작 열정은 여전하다. 아버지가 설계한 하와이 마우나케아GC 코스를 재설계하고 있다. 그는 작업 중인 골프장의 3번홀 사진을 보여주며 “올해가 ‘뱀의 해’라는 점을 살려서 뱀의 느낌을 코스에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수많은 코스 중 가장 사랑하는 코스를 묻자 그는 답했다. “다음에 만들 작품입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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