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플러그인플레이 테크센터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KDB 실리콘밸리 제공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플러그인플레이 테크센터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KDB 실리콘밸리 제공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올해 한국 스타트업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어붙은 벤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으로 크게 늘어난 HMM 지분은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강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에 참석해 “최근 수년간 벤처 시장은 빙하기를 겪고 있다”며 “1조7000억원의 투자를 통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간접투자액 1조1700억원과 직접투자액 525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투자 총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1000억원 늘어났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의 국내외 벤처캐피탈(VC)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선정한 퓨리오사AI, 트웰브랩스 등 10개 스타트업이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강 회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특파원들과 만나 HMM 지분에 대해선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금 BIS 비율이 13%대 후반인데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정부 합의를 거치는 걸 기다리기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심각하게 산은 지분이라도 팔아야 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17일 3600억원 규모의 HMM 영구 CB에 대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해 HMM 지분율을 기존 33.73%에서 36.02%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HMM 주가가 오를 수록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강 회장은 “환율 변동과 중국에 부과하는 운임 등을 고려했을 때 HMM 상황은 현재 매우 유동적”이라며 “지금 (지분 매각을) 시작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끝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무리한 KDB생명에 대해선 “아픈 손가락”이라 표현했다. 강 회장은 “현재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는 만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한 다음에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관세 협상 타결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경쟁국들에 한국보다 더 높은 관세가 부과돼 지금 당장은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덜할 것”이라면서도 “정작 문제는 중국과 관세 없이 맞붙어야 하는 미·중 간 관세 협상 타결 이후”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과 중국 간 제조업 대결이 ‘똑똑한 다윗(한국)과 덩치만 큰 골리앗(중국)의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똑똑한 다윗과 똑똑한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