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의 사위를 자신의 항공사에 고액 연봉으로 채용한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인 기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文 사위 특혜는 명백한 뇌물”

24일 전주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배상윤)는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이 전 의원은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전남편 서모씨는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약 2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의원이 창업한 태국 소재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7월 서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서씨는 다혜씨와 태국으로 이주했고, 그해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급여 1억5000만원과 주거비 65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 후 3년여 동안 조사한 결과 채용의 실체가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 지원을 위한 부당한 특혜 채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직원까지 동원해 문 전 대통령 딸 가족이 생활할 태국 주거지와 손자가 다닐 국제학교 정보 등을 파악했다. 이 정보는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장을 통해 다혜씨와 서씨에게 전달됐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긴축 경영을 하던 타이이스타젯은 항공 관련 경력이 없는 서씨를 채용할 이유가 없었으며, 서씨는 재택근무 명목으로 자주 출근하지 않으면서도 현지 대표이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급여를 받았다.

전주지검은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이 포괄적 권한을 행사해 정치인이자 기업가인 이 전 의원의 항공업체를 통해 자녀 부부의 해외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다혜씨와 서씨도 공범이기는 하나, 사건의 의미를 고려해 공무원 신분인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만 공소를 제기해 기소권을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박 前 대통령 판례가 뇌물죄 적용 근거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뇌물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이 전 의원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기대하고 다혜씨 부부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면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20년 1월 면직 신청이 받아들여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등 문재인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검찰이 이번 기소에서 내세운 법리는 대법원이 과거 전직 대통령의 뇌물 사건에서 내린 판결을 근거로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대법원은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관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며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文측 “사실관계 확인 없이 벼락 기소”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직접 조사 없이 기소한 점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출석을 요구했으나 문 전 대통령 측이 응하지 않았고, 서면 질의에도 답변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답변서를 작성 중이었는데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검찰이 ‘벼락 기소’를 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서씨의 취업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취업을 부탁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 전 대통령이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전주지검은 사건 발생지가 사실상 서울이고,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을 동시에 재판하게 된다. 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두 전직 대통령이 마치 권력을 이용한 부패범죄로 동일하게 연루된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시온/최해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