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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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수출 엔진마저 식어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작년 2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0.1% 이하의 ‘제로 성장’을 이어갔다. 1997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대형 위기 때도 보지 못한 이례적인 성적표다. 대내외 악재에 구조적 원인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회복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1년째 '제로 성장'…"총체적 위기 국면"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작년 4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증가한 뒤 2분기 -0.2%로 떨어졌다가 3·4분기에 각각 0.1%에 그쳤다. GDP가 네 분기 연속으로 0.1% 이하 증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2%) 이후 세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1.8% 정도로 가정하면 심각한 경기 둔화 국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보면 사실상 경기 침체와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부진한 이유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 대형 산불 및 사고, 반도체 투자 지연 등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부문 소비 부진으로 작년 4분기보다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3.2%, 설비투자는 2.1% 축소됐다. 수출도 화학제품·기계·장비 등의 고전으로 1.1% 줄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위주의 경제인 만큼 (최근의) 통상 갈등이 확실히 큰 역풍”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통상 갈등,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 등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