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24일 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당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설문을 사전에 공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윤 원장의 연설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의 연설이 당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전반적인 취지에 동의한다”며 “오늘날 이 사태에 도달한 데 대해 지도부 일원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 당 지도부가 국민들께 실망과 혼란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했다”며 “윤 원장이 그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로서 윤 원장 주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전날 6·3 대선 첫 정강·정책 연설에 나선 윤 원장이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고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연설에서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엄은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고 비판했다.

윤 원장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은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연설문 원본을 확인하지는 않았다”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집중적이고 밀도 있는 성찰과 토론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원장도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해야 할 말을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가 윤 원장의 연설에 공감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안팎에서 “윤 전 대통령과 당이 거리를 둬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사이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8일 “윤 전 대통령이 탈당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한동훈 후보도 “윤 전 대통령을 과거로 놔드리자”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전날 윤 원장이 “차기 대통령의 당적 포기와 거국내각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책임정치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원장이 제안한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고 임기를 줄이겠다 하는 건 국민들에게 박수받을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상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