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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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미국발(發) 관세 우려를 '빙산'에 비유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모건스탠리는 'K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린다. 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하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반토막' 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리 - 빙산이 다가온다(Memory - The Iceberg Looms)'라는 서한을 통해 "메모리에 대한 관세 영향은 '빙산'과 같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당장 눈에 띄지 않지만, 관세에 따른 위험은 계속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유예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단기적인 현상으로 봤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고객사가 선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수요인데, 공급망·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거시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소비 심리도 위축될 수 있어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모건스탠리는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닝 시즌은 중요하지 않다"며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7조4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8% 늘었다. 1분기 기준 최대수준이다.

모건스탠리의 입장은 SK하이닉스의 자체 전망과 대조적이다. 지난 24일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 측은 "일부 국가 간 상호관세 조치가 유예됐지만,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현시점에선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칩 패키징 용량 성장 둔화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며 "삼성이 여전히 '톱 픽(Top Pick)'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거시적인 성장 둔화를 더 잘 견딜 수 있고, HBM을 통한 미래 성장 옵션이 있어서 매일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우려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다. 투자의견도 '비율 확대'에서 '비율 축소'로 한 번에 두 단계 내려 잡았다. 이에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도 큰 폭으로 흔들렸다.

이후 모건스탠리는 올해 3월 반도체 업황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높였다. 다만 3월에도 SK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투자 의견으로 삼성전자는 비중 확대(OW)를, SK하이닉스는 비중 유지(EW)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통 없이는 이익도 없다"는 논리를 들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