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오늘(28일) 가입자에게 유심(eSIM 포함)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연합뉴스
27일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오늘(28일) 가입자에게 유심(eSIM 포함)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연합뉴스
유심(USIM) 해킹 사고에 대한 SK텔레콤의 ‘어설픈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SK텔레콤이 “피해가 발생했을 땐 100% 책임지겠다”는 대국민 호소문을 내놨다. 유심 카드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가입자 2300만 명 전원에게 무료 교체를 발표해 전국 대리점 등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한 대응이다. 급기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긴급 지시를 내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는 이번 사건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불안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교체 등 해당 사업자가 취한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풍으로 바뀐 파격 조치

SKT 유심부족 지적에…"피해 발생땐 100% 책임"
SK텔레콤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공격에 따른 유심 일부 정보의 유출 정황을 신고(20일)한 지 닷새 만인 지난 25일 유심 무료 교체를 발표했다. 해킹 사실을 확인한 즉시 의심 장비를 격리하고, 유심 무단 복제 등 피해 신고 사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가입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하지만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료 교체를 서둘러 발표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공식 교체일은 28일부터라고 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주말을 이용해 유심을 교체하려는 사용자가 대리점에 몰려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일찌감치 ‘유심 재고 없음’이라는 표시를 문밖에 붙여 이용자의 불안을 키웠다.

이에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 제조사에 물량을 급히 요청하는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전국 모든 대리점에 고르게 유심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법정 시한인 24시간을 넘겨 신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신뢰에 타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과징금” 괴담도 일파만파

게다가 SNS를 통해 ‘괴담’에 가까운 소문이 확산하면서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 공급 업체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곳이고, 이를 통해 SK텔레콤이 정치 자금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소문에 떠도는 업체는 SK텔레콤의 4개 유심 제조사와 무관하다”고 했다.

SK텔레콤이 지나치게 경직된 대응으로 일관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영상 대표가 직접 나선 25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SK텔레콤은 사고 원인 및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 “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칫 발언을 잘못하면 과징금 폭탄 등 SK텔레콤 주주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조사 기간은 2~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이에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고도 유심 불법 복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100%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이 서비스만으로도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믿고 가입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유심 보호 서비스의 해외 이용 불가에 대해서도 “해외 로밍 고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며 “가입 절차를 간소화해 한 번에 서비스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심 재고 부족 문제도 언급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유심 약 100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5월 말까지 약 500만 개를 추가로 확보해 유심 교체 서비스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지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