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2023년 4월 6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달튼에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 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2023년 4월 6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달튼에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 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으면서 이틀 만에 24% 넘게 급등했다. 미국 가정집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주고 전력요금을 받는 방식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며 예상 외의 호실적을 거둔 결과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태양광 모듈 제조 부문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한화솔루션은 24.43% 뛰어 2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24일 장중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13.15% 뛰었고, 이튿날인 25일 개장 전 1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호평이 쏟아지자 9.96% 추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45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5%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607억원 적자를 크게 웃돌았다.

호실적에 증권사들은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한화솔루션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만4235원이다. 실적 발표일인 지난 24일엔 2만9375원이었지만, 1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16개 증권사 중 11곳이 목표주가를 올리면서 하루 만에 16.54% 뛰었다.

깜짝 실적의 배경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속한 주택용 에너지 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 1362억원 중 주택용 에너지 사업이 1292억원을 차지해 호조를 이끌었다. 미국 첨단제품제조세액공제(AMPC)의 수익 1839억원을 제외하면 모듈 제조 부문은 135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주택용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익을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택용 에너지 사업의 실적은 분기별로 변동이 있겠지만 매년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용 에너지 사업 부문 이익을 키운 건 TPO(서드 파티 오너십)라고 불리는 할부금융서비스의 확대다. 한화솔루션이 주택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렌털해주고 리스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조한 태양광 모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수익성이 저조했을 부분을 TPO 방식으로 판매할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투자세액공제(ITC)를 한화솔루션이 30~50% 인식할 수 있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판매 방식이 정책에 따른 업황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강동진 연구원은 “수요자(미국의 가정) 입장에서는 태양광 패널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위한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 없다”며 “장기적으로 한화솔루션이 설치한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와 ESS 자산이 증가해 시장의 패널 가격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TPO 방식 등 판매 수익을 회수하기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문제를 한화솔루션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다. 강 연구원은 “한화큐셀의 100% 자회사인 엔핀은 태양광 및 ESS 설치를 원하는 고객에게 할부금융 등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엔핀은 주택용 태양광 관련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를 작년 4월에 2억5000만달러어치, 같은해 11월에 3억2500만달러어치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태양광 모듈 업황이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태양광 제품에 최대 352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공급 과잉이 축소될 가능성이 생겨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동남아 4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부의 수요 성장을 감안하면 현지 태양과 모듈 재고 감소와 가격 반등은 필연적”이라며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부터 모듈 판매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현지 태양광 생산 설비가 늘어나는 데 따른, 새로운 형태의 공급 과잉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모듈 생산 능력은 작년 말 52기가와트(GW)에 도달했고, 올해 공사 중인 23GW가 완공되면 75GW에 달한다”면서 “올해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업체들 사이의 가격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화솔루션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중립’과 2만6000원으로 유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