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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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블랙아웃](http://img.www5s.shop/photo/202504/AA.40323774.1.jpg)
국가나 도시 단위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블랙아웃은 심심찮게 벌어지는 재난이다. 2000년 이후만 따져도 2003년 북미(5500만 명 영향), 2012년 인도(6억2000만 명), 2019년 남미(4800만 명) 등에서 피해 인원이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송전 설비 고장이나 관리 소프트웨어 오류 탓이었다. 그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마비되고, 지하철과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멈춰 사람이 갇히는 등 곳곳에서 사고가 잇달았다.
블랙아웃의 파급력은 화재나 수재 못지않다. 시작은 통신과 교통, 금융 시스템 마비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먹통이 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운행을 멈춘다. 2~3일이 지나면 ‘불편’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냉장고 속 음식도 상하기 시작한다. 대소변을 처리하는 하수도 역시 기능을 잃는다. 집 밖을 나가기도 힘들다. 소방과 치안 기능이 멈춰 곳곳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개월이 흐르면 전기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현대 문명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블랙아웃은 국가나 지역 단위에서만 벌어졌다. 하지만 1859년 ‘캐링턴 이벤트’처럼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하면 전 세계 전력 인프라가 동시다발적으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0년 내 태양 폭풍이 발생할 확률을 12% 정도로 보고 있다. 대규모 정전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전력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블랙아웃에 대비한 안전 매뉴얼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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