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최소화에 임도 확충·숲가꾸기 탁월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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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임도와 숲 가꾸기 사업이 산불을 확산시킨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번 과학적 입증에 따라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정부대전청사에서 ‘산불 조기 진화와 예방을 위한 임도와 숲 가꾸기의 효과’를 30일 발표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실측 결과, 임도 시설은 풍향과 풍속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8개소에 측정 장비를 갖다 놓고 임도 시설과 바람의 상호관계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산림 내 풍향은 지형 및 미세기후로 인해 임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풍향 특성을 보였다.
평균 89.1%가 풍향 특성이 없는 0.5m/s 이하의 바람이었다.
풍속도 산림 내와 임도를 비교한 결과, 임도가 풍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울진에서의 봄철 풍속은 산림 내 평균 0.44m/s, 임도 평균 0.18~0.30m/s로, 오히려 산림 내 평균이 높았다.
따라서 임도는 산불 확산 시 바람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도가 산불 진화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진화 차량이 임도가 있는 경우 2㎞ 진입에 약 4분이 소요되지만 임도가 없는 경우 도보로 약 48분이 걸려 진입 시간에서 12배 차이를 보였다.
무거운 진화 장비 수송과 야간 진화 작업 등에서도 임도 유무에 따라 최대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경남 산청·하동에서 발생한 산불에서도 임도 유무에 따라 진화 시간이 최대 9배 차이가 났으며, 산불 피해 규모와 대응 시간에도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도의 산불 진화 효과는 이미 산림 선진국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임업 선진국인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는 산불 대응 전략 수립에 임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는 체계적인 임도 망을 통해 산불 피해 면적을 건당 0.4헥타르(ha)로 낮췄다.
미국 지리정보과학센터(GIScCE)는 임도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숲 가꾸기도 산불 피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 내 가연성 물질을 줄여 산불의 대형화를 예방하고, 낙엽 분해를 촉진해 산불 위험을 낮춘다.
헬기 진화 시 물이 지표면에 잘 닿도록 해 산불 진화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불확산을 모의 실험한 결과 소나무림을 대상으로 솎아베기 등 숲 가꾸기를 실시할 경우, 가연성 물질 저감 효과로 인해 산불 수관화 피해율이 약 4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서부 침엽수림 지역에서도 효율적인 산불 연료 저감 방안으로 솎아베기와 하층식생에 대한 처방화입(prescribed fire)을 동시에 실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산불 위험도가 72% 감소했다.
헬기 공중 살포시 물 차단율이 숲 가꾸기를 한 숲은 15%였지만 숲 가꾸기를 하지 않은 숲은 35%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으로 숲 가꾸기를 하면 나무 간 공간이 넓어 산불 진화 작업 시 유리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김용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은 “임도와 숲 가꾸기는 산불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과학적 연구와 현장 중심의 기술 개발을 통해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산불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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