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프랑스 칸 '2024 세계면세박람회' 참가한 모습.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프랑스 칸 '2024 세계면세박람회' 참가한 모습.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내수 침체와 대(對)중국 수출 부진에 시달리던 화장품 업계가 수요 감소에 허덕이는 가운데 ‘K화장품’ 대표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을 중심으로 이익이 줄어든 반면 해외 사업 구조를 줄인 서구권으로 재편한 아모레퍼시픽은 이익이 60% 넘게 늘었다.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1조6979억원으로 1.8% 줄었다. 국내 매출이 1조1619억원으로 4.3% 감소했으나 해외 매출은 5360억원으로 4.2% 늘었다. 중국 매출이 4.1% 줄었으나 일본(23.2%), 북미(3.1%) 등에서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순이익은 135억원으로 8.5% 줄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 11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1% 증가한 1조675억원이었다.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696억원으로 120.5% 증가했고, 국내사업 영업이익은 494억원으로 0.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연결 실적으로 넓혀봐도 영업이익은 55.2% 늘어난 1289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5.7% 증가한 1조164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 모두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이 수년 간 이어지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끊긴 국내 면세점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편중됐던 화장품 사업의 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했느냐에 따라 실적의 향방이 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유럽 등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중화권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전체 매출이 79% 증가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은 3배 넘게 늘었다. 라네즈가 MBS 채널 협업 마케팅을 전개하고 로컬 기획상품을 운영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국내에선 설 명절 선물 수요 덕을 톡톡히 봤다. 럭셔리 브랜드 부문에서 설화수 자음생라인 매출이 설 명절 연계 마케팅으로 잘 나왔으며, 헤라도 신제품 '리플렉션 스킨 글로우 쿠션' 등을 출시하며 쿠션 카테고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라네즈는 '워터뱅크', '바운시 앤 펌' 라인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스킨케어 매출이 증가했고, 라보에이치는 두피 강화 라인의 제품 다변화로 높은 성과를 냈다.
LG생활건강 사옥.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 사옥. 사진=LG생활건강 제공
반면 해외 매출 40% 가까이를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LG생활건강은 수요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중국 매출은 4.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7% 가까이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을 제외한 북미나 일본 등지에서 해외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점을 크게 봤다.

LG생활건강은 미국 내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법인인 LG H&H 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86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실적 발표 당일 공시했다. 우선 1000억원은 북미 사업 운영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머지는 미국 법인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에 출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1분기 두 기업의 희비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