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주불 진화가 완료된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 산들이 까맣게 타 있다. 멀리 안동 시내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주불 진화가 완료된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 산들이 까맣게 타 있다. 멀리 안동 시내가 보인다. 연합뉴스
경북·경남·울산 지역 초대형 산불 피해 이재민 2600여 세대에 긴급생계비 300만원씩이 30일부터 지급된다. 국민들이 모은 성금 중 일부가 긴급 지원에 투입되며, 경남·울산은 당일 지급이 시작됐고 피해가 컸던 경북은 순차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생계비 외에도 성금을 주거 복구, 의료·교육비 등에 투입해 이재민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경북은 절차 지연…긴급생계비부터 우선 지원

행정안전부는 이날 “대한적십자사, 전국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3개 성금 모집기관이 경북·경남·울산 산불 이재민에게 긴급생계비 지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긴급생계비는 지자체가 우선 확정한 인명 및 주택 피해 세대 2600여 곳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경남과 울산은 세대 정보 확인 절차를 마쳐 이날부터 곧바로 지급이 시작됐다. 반면, 피해 규모가 컸던 경북 지역은 아직 대상자 확인이 진행 중이어서 순차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지원은 지난달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돕기 위해 국민들이 기부한 성금을 활용해 이뤄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세대도 지자체 확정 즉시 생계비를 지급할 계획”이라며 “신속하고 공정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 ‘역대 최대’…일반 시민들도 봉사·기부


국민 성금은 긴급생계비 외에도 주거 복구, 의료비, 교육비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 주민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피해 복구 진행 상황과 이재민 수요에 따라 각 항목별 성금 집행 계획을 조율하고 있으며, 5월 중 종합 복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산불 피해 성금은 역대 재난 중 최대 규모로 29일 기준 총 모금액은 1683억6000만원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456억1000만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724억9000만원, 대한적십자사 438억9000만원 등이다.

삼성·LG·SK·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은 물론, 방탄소년단(BTS) 정국·RM·제이홉, 세븐틴, 지드래곤, 아이유, 배수지 등 연예인들도 1억~10억원의 기부 릴레이에 동참했다. 특히 안동 출신 가수 영탁, 장민호, 이찬원 등도 고향 이웃을 위해 성금을 냈다.

감동적인 사례도 줄을 이었다. 경남 사천의 초등학생 4남매는 돼지저금통에 모은 용돈 40만원을 기부했고, 첫 월급 200만원 전액을 기부한 탈북 공무원도 등장했다. 암 투병 중인 환자 91명은 “고령자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343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안동시 남후농공단지처럼 공장 수십 채가 전소된 지역에서도 나눔은 이어졌다. 안동의 종가음식 전문점 예미정은 산불로 김치 공장과 간고등어 가공장 등 두 곳이 모두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100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지난달 경북 산불로 안동의 한 식자재 창고가 모두 불에 탄 모습.
지난달 경북 산불로 안동의 한 식자재 창고가 모두 불에 탄 모습.

피해 2조 추산…외국인·군 장병도 구호 활동 참여


이번 산불은 경북 영덕·봉화, 경남 하동·합천, 울산 울주 등지를 휩쓸며 9만여ha를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 이후 이번 산불 영향구역이 4만5천157㏊라고 발표해 왔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발표 수치의 2배가 넘었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악으로 불렸던 2000년 동해안 산불 산림 피해면적의 4배 수준으로 서울시 면적의 약 1.5배에 달한다. 이번 산불로 사망자 31명, 부상자 51명, 시설물 피해 7800여 곳, 이재민은 3000명을 넘겼다. 피해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적십자사는 산불 발생 직후인 지난달 21일부터 구호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현재까지 2000여 명의 인력과 8만7000여 점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이재민에게 모듈러 주택 100채를 긴급 공급했고, 미 해병대 포항 캠프 장병들과 오키나와 해병대도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행안부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온정이 이재민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며 “성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피해 지역의 재건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