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관세협상…90일 유예기간 얽매일 필요 없어"
“우선 구속력이 없는 약속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커트 통 전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사진)는 30일 ‘202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미국이 공식 협상 외 추가적인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우려된다면 한국 협상단은 비(非)구속적인 약속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할 당시 미국 측을 이끈 통상 전문가다.

통 전 부차관보는 오는 6월 대선을 앞둔 한국 정부가 관세 협상의 ‘타이밍’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대선 전에 서둘러 미국과 합의를 도출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통령 체제에서 합의할지를 정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것을 약점으로 삼아 시간을 끌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 전 부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90일’이라는 유예 기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상호관세는 90일이라는 기간 동안 주요 무역 상대국을 단두대에 세워 놓고 압박하면서 칼날을 서서히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고 비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생각을 바꾸지는 않지만 유연하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90일은 단지 과도기적인 데드라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서둘러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체결될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몇 달 동안 10% 관세를 유지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합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 전 차관보는 “트럼프가 (관세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적 성공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맹진규/남정민 기자 [email protected]